“이번엔 머리가 아닌 발로 골 넣고 싶습니다.” 월드컵 전 당당하게 뱉은 다짐을 지키기 위해 조규성(28·미트윌란)이 칼날을 간다.
인생은 때때로 롤러코스터보다 가파르다고 했던가. 4년 전 월드컵의 영웅이었던 한 남자. 환호 속에 하늘 위로 높이 날아올랐지만, 이내 부상과 함께 벼랑 끝으로 떨어졌다. 수술과 합병증으로 좌절했던 인고의 시간을 버틴 그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가장 찬란했던 기억과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모두 품은 채, 조규성이 또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간다.
스타 반열에 오른 뒤 꽃길이 펼쳐지는 듯했다.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헤더로 두 골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최초의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 단숨에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해외 구단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듬해 7월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 진출의 꿈을 이뤘다. 단숨에 주축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23~2024시즌 30경기 12골4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어둡고 긴 터널이 기다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무릎이 문제였다. 2024년 여름 고질적인 통증 탓에 수술을 받았으나, 합병증이 발생해 1년 넘게 재활에 몰두했다. 자연스레 대표팀과도 멀어졌다. 스스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을 만큼 힘겨운 시간이었다. 포기하고플 때면 이를 더 꽉 깨물었다. 결국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소속팀 복귀전을 치른 데 이어 11월부터 대표팀에 다시 선발됐다. 이번 월드컵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난달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2골을 몰아치는 등 뜨거운 골 감각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시 자신의 시간을 기다린다. 조규성은 지난 12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체코와의 경기서 출전하지 못했다.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의 활약을 지켜만 봤다. 대신 그라운드 밖에서 뜻밖의 화제를 모았다. 조규성은 경기 당일 버스에서 ‘마테차’를 들고 내렸다. 마테차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전통 음료다. 외신들이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매체는 조규성을 ‘자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잘생긴 28세 축구 선수’라고 소개했고, 현지에선 관심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들썩이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경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3일엔 공식적인 훈련이 끝난 이후 그라운드에 남았다. 개인 추가 훈련을 진행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다시 한 번 월드컵 스타를 노리는 조규성. 인간 극장 스토리에 28번째 에피소드를 증명으로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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