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는 흥행 질주로 500만 관객을 홀린 군체의 중심에는 배우 구교환의 기묘한 얼굴이 있다. 스크린 속 비릿한 미소와 눈빛으로 메인 빌런이 극을 어떻게 압도하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지난 15일 하루 동안 3만383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5주차 누적 관객수는 524만6648명에 달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2026년 개봉작 중 두 번째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구교환은 유쾌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인터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특유의 너스레와 재치 있는 답변이 오가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00여명의 감염자와 함께 완성한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구교환은 “많은 관객과 재밌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새로운 좀비들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해 주셔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는 흥행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극 중 감염 사태를 일으킨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역을 맡았다. 서영철은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갈망하며 스스로 백신이라 주장하는 인물이다. 감염자들을 이끄는 중심이자 메인 빌런으로서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딱 붙는 포마드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쓰고 등장해 눈길을 끌더니 냉철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 속 서영철은 100여명의 감염자와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는 듯한 독특한 연결 연기를 선보였다. 감염자들이 동시에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바라보는, 일명 업데이트는 영화의 시그니처 장면이다.
구교환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 정말 즐거웠다”며 “건물의 모든 층에 서영철이 있는 거다. 모든 감염자와 함께 움직이는 인물인데, 홍길동도 이렇게까지는 못 움직일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서영철이라는 한 사람을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제가 들여다보는 듯한 서스펜스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구교환이 뽑은 최고의 찬사
영화 속에서 완벽한 빌런으로 변신한 만큼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감상을 묻자 구교환은 “‘서영철 한 대 패고 싶다’는 반응이 최고의 칭찬이다”라고 답했다.
빌런을 연기할 때 독특한 시선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인물을 무조건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이번엔 ‘어떻게 하면 짜증 나고 방해가 되는 인물일까’라는 시선으로 접근해 상대역인 권세정(전지현)을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서영철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서영철의 퇴장이 다소 허망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구교환은 “나는 그래서 좋았다”며 “서영철은 빌런이고 누구보다 개운하게 사라져야 할 캐릭터다. 이건 서영철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마땅한 퇴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매력을 어필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구교환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활약을 동료 감염자 연기자들의 공으로 돌렸다. 연기, 현대무용, 팝핀, 브레이크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퍼포머들과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진짜로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구교환은 “서영철에 대한 좋은 반응은 결국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겸손하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함께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진심으로 기뻤다”고 거듭 강조했다. 후반부에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장면 역시 감염자들이 함께했기에 압도적인 위력이 완성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과 이번이 네 번째 호흡이다. 연 감독은 구교환에 대해 “패러다임을 바꾼 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무언가를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거대한 꿈과 뜻은 없다.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재밌고 이걸 계속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이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감독님은 내가 닮고 싶은 창작자다. 감독님은 이야기를 재밌게 펼쳐내면서도 시대를 담는 질문을 던진다”면서 “재밌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들이 서로 질문하게 만들지만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태도가 좋아 연출자이자 감독 지망생으로서 닮고 싶고 질투도 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에서 생존자 리더 역을 맡은 전지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교환은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며 “쿵짝이라는 단어가 있다. 아이디어는 결코 혼자 나오지 않는다. 선배가 하나 던지면 저도 던지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며 남다른 호흡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전했다.
◆지금은 ‘구교환 시대’
구교환은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를 거쳐 군체까지 상반기에만 세 편의 작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이 덕분에 ‘구교환의 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시대라는 표현은 과한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길을 걷다 보면 드라마 캐릭터 이름인 ‘동만아’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시청자분들, 관객분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더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이 늘어남에 따라 독보적인 개성이 대중에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그런 것을 고민할 시간은 없다. 그냥 그때그때 작품에 집중한다”며“내가 어떻게 비쳐야 할까를 신경 쓰는 순간 그것은 연기를 하지 않고 나를 전시하는 것뿐이다. 그것보다는 그냥 그 작품 이름으로, 그 배역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연기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밝혔다.
열일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폭설, 왕을 찾아서, 부활남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는 새 작품 정원사들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독으로서의 창작 욕구와 야망도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구교환은 직접 연출한 너의 나라 후반작업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군체는 그 재미라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영화다. 극장으로 와 달라”고 극장 관람을 다시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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