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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 힘 입은 ‘서울국제도서전’, 반쪽 행사 그치지 않으려면 [지동현의 지금e문화]

입력 : 2026-06-14 12:46:29 수정 : 2026-06-14 1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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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이른 아침 시간부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이른 아침 시간부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독서는 멋진 것이라는 이른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의 정점은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로 68회째를 맞는 도서전은 2023년부터 매년 15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연일 티켓 완판과 오픈런 진풍경을 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도 개막 전 흥행몰이가 예사롭지 않다. 오는 24∼2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얼리버드 티켓 예매를 진행했고 매일 준비된 물량이 완판됐다. 오전 10시 예매창이 열리면 접속자가 몰렸고 3만명 가까이 대기자가 이어졌다. 관련 커뮤니티에는 “콘서트 티켓팅도 이 정도는 아니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하는 도서전을 향한 열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텍스트힙이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깊이 있는 독서와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자신이 읽은 책을 SNS에 공유하는 등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된다. 책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도서전은 이러한 문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유명 작가 강연과 북토크는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되고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선다. 독립출판 부스와 작은 출판사들도 자신만의 개성을 앞세워 독자들을 만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 출판계 행사로만 여겨지던 도서전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다만 운영 미숙이나 참가 출판사 선정 과정을 놓고 불거지는 잡음은 무거운 숙제로 다가온다. 얼리버드 티켓 예매 첫날부터 한 아이디 당 표를 최대 49매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설정해 사재기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결국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10매로 조정했다. 지난해에는 얼리버드 단계에서 현장 수량까지 모두 판매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어 2년 연속 개막 전부터 운영 미숙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출판사가 크게 늘면서 신청했다가 탈락한 출판사도 적지 않다. 장소 문제로 인해 참여에 제한을 두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선정 기준을 놓고 투명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마다 부스비는 올라가는데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고 모호한 데다 대형 출판사나 출판과 무관한 대기업이 큰 부스를 차지하는 규모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작은 출판사는 참여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 대안으로 몇몇 출판사들은 서울제대로도서전 등 별도의 소규모 도서전을 비슷한 시기에 연다. 일부 출판사는 서울국제도서전 부스를 배정받았음에도 문제 제기 차원에서 이를 포기하고 소규모 도서전에 참여한다. 기존 운영 방식에 대한 출판계의 불만이 그만큼 누적돼 있다는 의미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으로 지원금이 끊긴 후 주식회사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지분 독점 등 공공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도서전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지만 신뢰와 공공성 회복이라는 과제 또한 주어졌다.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운영과 책임이 요구되는 게 분명하다. 참가사 선정의 투명성, 시민들의 공정한 티켓 접근권, 다양한 출판사의 참여 기회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행사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다가올 도서전이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되는 동시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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