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건강검진 결과가 공개되며 ‘중장년 체중 관리’가 다시 화제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체중은 약 108kg으로 1년여 전보다 약 6kg 늘었고, 체질량지수는 비만 기준에 가까운 29.7로 확인됐다. 주치의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식단과 신체활동, 체중 감량에 대한 조언을 함께 제시했다.
체중 증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지만, 중장년층에서는 혈당 변화와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은 체질량지수가 아주 높지 않아도 복부에 지방이 몰리거나 허리둘레가 늘면서 대사 건강에 부담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체중이 빠르게 늘었거나, 배가 나오고 식후 피로감이 심해졌다면 단순한 체형 변화로 넘기기보다 혈당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혈당은 식사, 활동량, 수면, 체중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복부 지방이 늘면 몸이 혈당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인슐린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되고, 이 부담이 오래 이어지면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당뇨병 전 단계나 초기 당뇨가 뚜렷한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당뇨 증상으로 알려진 ‘다음·다식·다뇨’, 즉 물을 많이 마시고 많이 먹으며 소변이 잦아지는 증상은 혈당이 상당히 오른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 전에는 식사 후 심한 졸림, 반복되는 갈증, 이유 없는 피로감, 체중 증가, 허리둘레 변화처럼 일상적인 신호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경산중앙병원 내과 정다은 전문의의 도움말로 중장년층이 알아야 할 혈당 이상 신호와 관리법을 알아봤다.
◆식후 졸림·갈증, '혈당 스파이크'가 보내는 신호
식사를 하면 혈당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인슐린 작용으로 1~2시간 내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인슐린 작용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식후 혈당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 급상승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나타난다. 이 변동 폭이 클수록 식사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극심한 졸음과 피로가 몰려오고, 혈당을 희석하려는 신체 반응으로 갈증이 심해지며 소변량도 늘어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후 2시간 혈당이 140mg/dL 미만이면 정상, 140~199mg/dL이면 당뇨 전단계,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식후 졸림이 매번 반복되거나, 단순당이 많은 식사 후 더 두드러진다면 식후 혈당이 안정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정다은 전문의는 "식후 졸림은 가벼운 식곤증과 구분이 어렵지만, 매 식사 후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갈증이나 잦은 소변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중장년층은 신진대사 변화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식후 혈당 조절 능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다식·다뇨'를 기다리면 늦다
당뇨병은 진단 시점까지 평균 5~10년간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약 20%는 진단 시점에도 뚜렷한 증상이 없으며, 흔히 알려진 '다음·다식·다뇨' 증상은 혈당이 이미 200~300mg/dL을 넘어선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중 감소까지 동반된다면 인슐린이 거의 작용하지 못해 몸이 지방과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급성 합병증 위험이 커진 신호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망막병증, 신경병증, 신장병증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과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대혈관 합병증 위험이 모두 높아진다. 질병관리청은 당뇨병 환자에게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신장 기능 검사, 혈압·이상지질혈증 관리를 함께 권고하고 있다.
정다은 전문의는 "당뇨병은 진단됐을 때 이미 합병증이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며 "40세 이상 성인이나 가족력·비만·고혈압 같은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30세부터 매년 혈당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떤 신호를 봐야 할까
당뇨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일상의 작은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식사 후 심한 졸음이나 피로가 매번 반복되거나, 평소보다 갈증을 자주 느끼고 물을 자주 찾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소변량이 늘고 밤중에 자주 깨서 화장실을 가게 되는 변화, 손발이 저리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 상태도 혈당 이상과 관련될 수 있다.
자가 점검은 혈당 검사로 가능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단 기준에 따르면 공복혈당 126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 식후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중 한 가지에 해당하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공복혈당 100~125mg/dL, 당화혈색소 5.7~6.4%, 식후혈당 140~199mg/dL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당뇨 전단계다. 국가건강검진의 일반검진 항목에 공복혈당이 포함되어 있어 검진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출발점이다.
정다은 전문의는 "검진에서 공복혈당이 정상 범위 상한선에 걸쳐 있거나 당화혈색소가 5.7%를 넘기 시작했다면, 그 시점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할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전단계에서 관리하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당 관리, 체중 증가부터 살펴야
당뇨 전단계나 초기 혈당 이상은 약물보다 생활습관 교정이 먼저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거나 허리둘레가 증가했다면 식사량, 활동량, 수면 패턴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체중 증가는 겉으로는 체형 변화처럼 보이지만, 중장년층에서는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신호와 겹쳐 나타날 수 있다.
식사는 혈당 변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양을 먹더라도 흰쌀밥·흰빵·면류 같은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식후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반면 현미·귀리·통밀빵 같은 통곡물은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식사하는 습관도 식후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 단 음료, 과자, 야식처럼 체중 증가와 혈당 변동을 동시에 부추기는 식습관은 우선적으로 줄이는 게 좋다.
운동은 체중과 혈당을 함께 관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식후 30분 안팎의 가벼운 걷기만으로도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이 포도당을 사용하는 능력이 좋아져 혈당 관리에 긍정적이다. 다만 중장년층은 갑자기 강도를 높이기보다 매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체중 관리는 혈당 관리의 핵심이다. 특히 복부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체중계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허리둘레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으로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한다. 최근 체중이 3~5kg 정도 늘었거나 바지 허리선이 눈에 띄게 조이는 변화가 생겼다면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다은 경산중앙병원 내과 전문의는 “중장년층에서 체중 증가는 혈당 변화와 함께 살펴야 할 중요한 신호”라며 “한 번에 식단과 운동을 모두 바꾸려 하기보다 식후 산책, 단 음료 줄이기, 야식 줄이기처럼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습관부터 잡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약물치료, 미루는 것보다 시기에 맞게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진단 시점에 이미 혈당이 높은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당뇨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지만, 약물은 혈당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임시 처방이 아니라 췌장 기능과 혈관·장기를 보호하기 위한 치료다. 진단 초기에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췌장 부담이 줄어 장기적으로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일부 환자에서는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정다은 전문의는 "약을 시작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혈당이 실제로 조절되고 있는지 여부"라며 "수치가 안정됐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혈당이 다시 오르고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