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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멘탈 클러치] 실수는 선수를 정의하지 않는다

입력 : 2026-05-22 09:00:00 수정 : 2026-05-21 22: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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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현재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신인류라 불리는 선수가 존재한다. 바로 샌안토니오의 빅터 웸반야마이다. 압도적인 신장과 긴 윙스팬에 슛 레인지까지 겸비했다. 향후 NBA를 이끌어갈 슈퍼스타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팬들의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다만, 빅터 웸반야마도 사람이다. 결국 한 순간의 감정 앞에선 인간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네소타와의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 4차전이었다. 빅터 웸반야마는 상대 팀 나즈 리드와의 리바운드 경합 중 팔꿈치를 휘둘러 플래그런트 2 파울을 받았고, 커리어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른 시간에 에이스가 빠진 샌안토니오는 결국 미네소타에게 무릎을 꿇었다.

 

NBA 플레이오프는 정규 시즌과 완전히 다르다. 더욱 강도 높은 압박과 타이트한 수비로 몸싸움이 거칠어지는 것은 물론, 상대의 도발과 관중들의 야유도 정규시즌보다 더욱 심해진다. 특히 토너먼트 특성상 한 경기 한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규 시즌이었다면 흘려보냈을 상황도 플레이오프에서는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기 쉽다.

 

빅터 웸반야마는 샌안토니오의 공수 핵심이다. 정규시즌 내내 집중 견제를 받아 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 4차전에서 미네소타는 빅터 웸반야마를 강하게 압박, 결국 그의 감정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경기 하나로 빅터 웸반야마의 멘탈이 약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스포츠에서 실수는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라 할지라도 경기에서 실수하거나 순간적인 감정 조절에 실패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판정이 석연치 않거나, 상대의 거친 몸싸움으로 감정이 격해지고 결정적인 슛을 놓친다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 얼마나 빠르게 감정을 회복하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느냐다.

 

스포츠심리학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좌절하지 않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좌절하거나 흔들리더라도, 다시 농구공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것처럼, 더 높이 도약하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선수는 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과거의 실수에 머물러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지금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로 초점을 옮긴다. 단순한 생각의 전환이지만 이 차이는 아주 크다. 전자의 생각은 선수를 과거 시점에 묶어두지만, 후자는 선수를 다음 행동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현재에 집중하게 만든다.

 

빅터 웸반야마는 4차전 퇴장 이후 회복탄력성을 발휘해 코트로 돌아왔다. 5차전에서 그는 27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기록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퍼포먼스이지만, 회복탄력성 관점에서 본 멘탈의 퍼포먼스는 더욱 대단했다. 직전 경기 퇴장을 당한 직후, 다시 자신을 되찾고 시합에 온전히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5차전에서도 빅터 웸반야마에 대한 압박은 여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에너지를 높게 가져가며 코트를 장악했다. 반복되는 압박 속에서 빅터 웸반야마의 감정은 4차전 때처럼 올라왔겠지만, 이번엔 그 감정을 오롯이 리바운드, 블록, 적극적인 림 어택으로 치환했다. 단순한 생각의 전환이 드라마틱한 경기력 변화를 이끈 것이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흥분하지 마, 화내지 마, 감정적으로 하지마.”

 

경기장 안에서 이 말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감정이 흔들린 선수에게 화내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은 유연하지 않은 선수에게 더 유연하게 움직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감정을 부정하라고 할수록 오히려 그 감정에 묶일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감정의 부정보다 다음 행동에 대한 설계다. 화가 났을 때 어디를 볼 것인가, 판정에 불만이 생겼을 때 누구와 눈을 맞출 것인가, 거친 접촉 이후 첫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실수 이후 다음 플레이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등의 행동을 설계하면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기 수월해진다.

 

샌안토니오의 전설적인 감독 그렉 포포비치가 4차전 직후 빅터 웸반야마를 공항까지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이를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 중 대인관계 능력이 있다. 이는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 세력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빅터 웸반야마는 전 감독이자 현 구단 고문인 그렉 포포비치와의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회복하고 5차전에 온전히 집중했다.

 

멘탈이 강하다는 것은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무너진 뒤에도 다시 자신의 리듬을 되찾고 현재로 돌아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빅터 웸반야마는 4차전의 실패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자신이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한 번의 실수는 선수를 정의하지 않는다. 선수를 정의하는 것은 언제나 그 다음의 행동이다.

 

글=권혁주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권혁주 박사는...

△멘탈 퍼포먼스 멘탈 디렉터 △스포츠심리학 박사 △스포이즘 운영지원팀 팀장 △인하대학교 강사 △국제사이버대학교 비전임교원 △한국스포츠학회 심사위원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2026) △충남스포츠과학센터 스포츠과학교실 특강(2025) △인천체육고등학교 심리트레이닝(2024-2026)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광역시청 여자핸드볼선수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원종고등학교 사격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2-2024)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내동중학교 탁구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1) △전국 소년체육대회·전국체육대회 심리지원(2018-2022) △전라남도교육청 스포츠심리상담사(2018-2020) △전남체육중·고등학교 멘탈트레이너(2017) △저서 ‘운동화와 함께 뛰는 긍정의 멘탈트레이닝 II(2018)’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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