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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오월은 푸르구나”라는데… 뛰지 못하는 아이들

입력 : 2026-05-19 06:00:00 수정 : 2026-05-19 03: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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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달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포스터 한 장이 적잖은 반향을 불렀다. 체육대회를 앞둔 어린이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내려간 사과문이었다. 일부 어른들에겐 그저 일상을 방해하는 소란에 불과했던 것일까. 운동장 소음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전국적 사안이다.

 

경찰청은 최근 각 시도경찰청에 초·중·고등학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는 현장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지난해 운동장 소음 관련 112 신고는 350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345건에 경찰이 현장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운동회마저 공권력 출동 여부를 따져야 하는 일이 된 셈이다.

 

학교 운동장은 뛰고, 웃고, 넘어지며 자라는 공간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야 할 계절이다. 이 공간마저 민원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운동회, 단 하루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날이 갈수록 운동장은 조용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초등학교 6189곳 가운데 312곳이 안전사고 우려와 주민 소음 민원을 이유로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구기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쉬는 시간과 방과 후를 비롯, 수업 밖 운동장 사용마저 조금씩 좁아지는 모양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서 운동회를 앞두고 학생들이 지난달 직접 소음 양해문을 작성한 것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SNS 스레드 계정 @seoulwhi 캡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서 운동회를 앞두고 학생들이 지난달 직접 소음 양해문을 작성한 것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SNS 스레드 계정 @seoulwhi 캡처

 

때마침 통계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 1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전체 62.9%로 전년보다 2.2% 올랐다. 하지만 10대는 43.2%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2.7% 낮아졌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30대 67.8%, 40대 67.1%, 60대 65.8%와 비교하면 격차는 한층 선명해진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정작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할 세대가 운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전체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다시 반등했지만, 10대의 주 1회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 참여율은 2021년 55.0%에서 2022년 52.6%, 2023년 47.9%, 2024년 45.9%, 2025년 43.2%로 나날이 하향곡선이다. 운동장의 위축은 곧 청소년 체육 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주민의 불편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학교 역시 지역사회 안에 있고, 소음 문제는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해답이 운동회 축소, 구기활동 제한, 운동장 사용 위축 등으로 흐른다면 큰 피해는 결국 학생들의 몫이다. 학교와 주민이 미리 소통할 수 있는 절차, 지자체 차원의 안전·방음 지원, 학생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생활권 체육공간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다행히 정부가 아예 시선을 거둔 건 아닌 듯하다. 교육부는 학교 체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최근 SNS를 통해 “아이들의 활기찬 함성이 멈춘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학교 체육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몸의 활기를 찾고, 배려와 협동을 배우는 전인 교육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운동회 속 함성과 땀,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쉬움 모두가 ‘함께’라는 가치와 ‘성장’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오월은 여전히 푸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뛰지 못한다면 이 푸름은 반쪽짜리다. 운동장 소음 논란은 청소년 체육권과 성장 환경의 문제로 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건 당장 귀에 닿는 소리의 크기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 운동장에서, 과연 무엇이 자랄 수 있는지 돌아볼 때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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