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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뿌리 품고, 세계로] 스티븐 연·산드라 오→메기 강 감독…글로벌 콘텐츠 산업 중심부로

입력 : 2026-05-18 12:51:11 수정 : 2026-05-18 1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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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과거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조연에 머물렀던 한국계 인재들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배우들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성과를 거두며 위상을 높였고, 창작자들 또한 한국적 경험과 정서를 담은 이야기를 그려내 세계 시장의 중심 서사로 만들었다. 사진은 2019년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산드라 오. 사진=AP/뉴시스
사진 설명=과거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조연에 머물렀던 한국계 인재들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배우들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성과를 거두며 위상을 높였고, 창작자들 또한 한국적 경험과 정서를 담은 이야기를 그려내 세계 시장의 중심 서사로 만들었다. 사진은 2019년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산드라 오. 사진=AP/뉴시스


#대학생 박소연 씨는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성난 사람들 시즌2 시청에 앞서 전작 정주행에 나섰다.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스토리와 연기에 몰입해 보던 중 남자 주연 배우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미국 대작 시리즈에서 한국계 배우가 서사의 중심을 이끌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과거와 달리 한국계 배우가 극을 책임지는 주인공으로 활약하니 몰입감이 높고 반갑다”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 인력이 글로벌 산업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과거 언어의 장벽이나 인종적 한계에 부딪혔던 시대를 지나 글로벌 시장은 K-콘텐츠의 감각과 역량에 주목하며 산업의 지형도를 새로 쓰고 있다.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선 산드라 오·스티븐 연

 

'킬링 이브' 산드라 오
'킬링 이브' 산드라 오

 

2019년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오미주)가 BBC 드라마 킬링 이브로 골든글로브 TV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유리천장에 균열을 낸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산드라 오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감격했고 카메라는 객석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췄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계 배우로 꼽히는 산드라 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네핀에서 태어난 캐나다 이민 2세대다. 화이트워싱(백인이 아닌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만연하던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서 당당하게 핵심 주연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 사진=AP/뉴시스
2024년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 사진=AP/뉴시스

 

이후 한국에 뿌리를 둔 이들의 성과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스티븐 연(연상엽)은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로 한국계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적 경험, 세계적 서사로

 

연출과 제작 분야에서도 한국계 창작자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으며 성난 사람들의 총괄 제작자이자 연출자도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다. 미나리는 아카데미에서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겼으며 성난 사람들은 골든글로브 3관왕·에미상 8관왕 등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작품 모두 미국 사회 속 아시아 이민자들의 현실과 정체성, 가족 문제를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과거 할리우드가 이민자들을 단순히 이국적인 이방인이나 사회 부적응자로 소비했다면 두 작품은 그들의 삶 내면에 자리한 문화적 갈등, 정체성의 혼란, 인간 보편의 외로움과 분노를 날카롭게 포착해 깊은 울림을 안겼다.

 

지난 3월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메기 강 감독. 사진=넷플릭스
지난 3월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메기 강 감독. 사진=넷플릭스

 

지난 3월 아카데미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2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 또한 이 흐름에 힘을 더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한 한국계 캐나다인인 메기 강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으로 K-팝과 한국 무속신앙을 결합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K-팝 아이돌 문화를 단순한 이국적 볼거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 샤머니즘과 서사적 매력을 주류 문법으로 세련되게 만들어냈다.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의 약진은 더 이상 일시적인 K-콘텐츠 열풍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변방의 이방인이자 소수자에 머물렀던 한국 뿌리의 주인공들은 이제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강력한 핵심 엔진이다. 배우들은 서사의 중심에서 한국인의 감정과 시대를 연기하고, 제작진은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들의 활약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도 뜻깊다.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 축적된 성공 사례는 새로운 세대의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 이들이 써 내려가는 서사는 이제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이 나아갈 방향 자체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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