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스 활동과 더불어 배우로서 최근 몇 년간 쉴 새 없이 일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차학연이 냉미남 수학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까다로운 코미디 장르도 물오른 연기력과 비주얼로 소화한 차학연은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첫 공개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은 꽃미남 선생님들을 주인공으로 BL(남자들의 사랑) 소설을 쓰던 여고생이 현실에서 그들과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파란만장한 학교생활의 주인공이 되는 하이틴 시리즈다.
차학연은 극 중 여의주(김향기)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천재 수학 선생님 가우수 역으로 분했다.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과 안경, 그리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이 특징인 냉미남이다. 차가워 보이지만 수학 신동으로서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내면에 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반 학생인 여의주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때로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등 다채로운 캐릭터다.
차학연은 냉미남과 엉뚱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극과 극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여의주가 쓴 BL 소설이 상상으로 구현될 때 차학연의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과장된 몸짓과 눈빛 등으로 BL 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극의 재미를 견인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차학연은 “생각한 것보다 코믹한 장면들이 더 잘 나왔다. 따로 감독님께 전화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많이 웃을 수 있고 청춘이 느껴지는 드라마를 보다 보니까 매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계속 기다리는 중”이라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코미디의 백미는 여의주가 쓴 BL 소설이 상상으로 그려질 때다. 동료 배우 김재현·손정혁·김동규와 BL 연기로 호흡하며 눈빛과 표정, 말투 등 오그라들 수 있는 연기를 과감한 표현력으로 그려내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긴다. 의상은 마치 왕자님처럼 화려하고, 헤어스타일 또한 얼굴까지 내려오는 등 과장된 비주얼이 돋보인다.
차학연은 “사실 처음에는 상상 신들이 그렇게까지 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제한은 없으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극한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라며 “그에 맞게 준비를 했는데 거기서 한 꺼풀 더 벗겨내도 된다고 하셔서 그때부터는 준비를 안 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물을 다 사용하려 했고, 사람이 움직이는 것 이상의 움직임을 더 많이 내려고 했다”고 웃었다.
의상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화려한 의상을 준비해 갔지만 더욱 화려하면 좋겠다고 감독이 조언했다. 차학연은 “그때부턴 저도 스타일리스트 실장님도 신나서 거의 5시간을 피팅했던 것 같다. 하루에 40∼50벌을 입어보고 그중에 제일 예쁘고 멋있는 옷을 골랐다”며 “많은 분이 웃기다고 하지만 저로서는 가장 멋있는 옷을 골라서 참여했다. 현타보다는 오히려 기대하면서 현장을 나갔다”고 떠올렸다.
방송으로 결과물을 확인한 감상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코믹이) 더 갔더라”라고 웃으며 “현장에서는 더 과하게 연기할 때도 있었는데 너무 과하거나 벗어나는 연기를 하면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셨다. 그리고 배우들이랑 같이 리허설하면서 적정선을 찾아가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가우수는 IQ 156의 멘사 회원이자 수학 신동으로 불릴 만큼 수학에 진심인 천재다. 무림여고의 새로운 수학 선생님으로 부임할 때부터 수학에 애정을 가득 드러내고 주인공 여의주에게 방과 후 수학을 명령하기도 한다. 차학연은 “처음에는 수학 공부를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정경호 형이 이해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대사를 하기 어렵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툭 치면 나올 정도로 공식부터 먼저 외우고 그 후에 대사들을 외웠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창시절 수학과 얼마나 친했냐는 물음에는 “사실 수포자였다”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불렀다. 그러면서 “언어 영역을 굉장히 좋아했다. 판타지소설 등 소설을 읽는 걸 좋아했다”며 “초등학교 때는 가수와 함께 선생님이라는 꿈도 가지고 있었다. 그때는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보면서 동경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수학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고, 이번에도 대사를 다 외우고 나서라도 수학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시간만 잡아먹은 채로 지나갔다”고 웃었다.
본인의 학창시절을 두고는 “어린 시절부터 춤을 추긴 했는데 그럼에도 모범생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열심히 수업 듣고 끝나면 학원 가서 팀 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은 실제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차학연은 “학창시절 같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건 점심시간이었다. 밥차가 오면 제가 먼저 먹으려고 항상 뛰어갔다. 항상 1등으로 밥을 먹다가 나중에는 스태프들도 같이 뛰기 시작해서 점차 한 4, 5등으로 내려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좋았고, 감독님의 컷 소리도 학교 종소리 같다고 느껴졌다”고 기분 좋은 미소로 떠올렸다. 촬영이 끝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약간 뭉클하더라. 실제로 졸업을 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운 학생들도 있었고 스태프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학교를 졸업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서도 엉뚱발랄한 모습으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던 차학연이다. 이번에는 극 중심에 서서 코미디를 이끌어가야 했다. 주연 배우로서 부담될 법 했지만 그는 전작보다 더 능수능란한 표현력으로 드라마의 웃음을 책임졌다. 차학연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코미디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우수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웃긴 대사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대본리딩을 하면서 많은 분이 웃으시는 걸 보고 ‘이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코믹으로 넘어가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러다가 더 웃겨봐야겠다는 장면도 나오고 욕심도 더 생겨서 자연스럽고 재밌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벽증을 가진 가우수가 출근길에 비둘기 똥을 맞고 기절한 장면에 대해서도 “그 장면도 마찬가지로 ‘가우수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차갑기만 하던 가우수가 헐렁한 모습을 보이면서 조금은 친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장면도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날카로운 인상의 냉미남을 연기하기 위해 철저한 식단도 동반됐다. 평상시에는 점심 때만 일반식을 먹었다면 우수를 준비하면서부터는 하루 세끼 모두 식단으로 구성했다. 차학연은 “볼에 살이 잘 붙는 편인데 감독님이 (우수가) 동글동글한 이미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식단을 정말 열심히 했다”며 “근력 운동도 하면서 체지방량을 약 3㎏ 감량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딱 맞는 말투와 발성 연구도 동반됐다. 그는 “차갑고 냉철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딕션과 말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저는 끝으로 갈수록 흩어지는 목소리와 말투라서 연습을 많이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편한 발성으로 연기하긴 했지만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면서 연기하려다 보니 목도 자주 쉬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실제로 둥글둥글한 성격과 달리 정반대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성취감도 컸다. 그는 “우수의 캐릭터로 더 다가갔을 때 오히려 드라마적 재미가 더 나오는 걸 보면서 쾌감과 성취감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수 자체가 처음 맡아보는 유형의 캐릭터였다. 그래서 차학연이 아니라 가우수 그 자체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극중 상상 신 또한 저에게 아예 없는 모습은 아니다. 그런 모습도 있다는 걸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코믹 장면을 찍을 때 더 신나게 놀았다”고 말했다.
김재현·손정혁·김동규와는 함께 무림여고의 꽃미남 선생님으로 활약하며 호흡을 맞춘다. 특히 일본어 선생님 노다주 역을 맡은 김재현과는 티격태격하며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김재현은 빅스로 데뷔한 차학연과 마찬가지로 밴드 엔플라잉의 멤버로서 가요계에 먼저 데뷔했다.
가요 활동 당시 인연이 있었냐는 물음에 “별로 마주치지는 못했다. 저는 사실 대기실에만 있는 타입이고, 김재현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타입이라 저를 방송국에서 잘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실제로도 김재현만 MBTI E(외향) 성향이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I(내향) 성향을 갖고 있다. 김재현만 굉장히 외향적이고 어떻게 보면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친구”라고 미소 지었다.
김재현은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했다. 차학연은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많이 올라가기도 했다. 워낙 비타민 같은 존재라 저 또한 그런 텐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들 잔잔하고 조용한 작은 동물 같은 친구들인데 코끼리 같이 다가오는 친구가 있으니까 그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연기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로맨스의 절댓값’을 두고는 “대본에서부터 청춘의 향기가 많이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차학연은 “시청자도 청춘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저도 작품을 보면서 공감하는 순간이 많았다. 청춘의 향기를 다시 한 번 맡을 수 있는 순간이 되면 좋겠다”며 “다행히도 그런 말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더 공감할 수 있게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동기도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여의주가 선생님들을 소재로 쓴 BL 소설을 가우수에게 들키면서 시작된다. 아이돌 활동을 했던 만큼 실제 본인을 소재로 쓴 소설을 보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물음에 그는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룹 활동 때는 팬들이 글을 쓰시기도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면 보기도 했다. 팬들의 창작 활동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고 끝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가우수처럼 분량 욕심은 없었을까. 차학연은 “우수와는 달리 비중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고 웃으며 “그래도 팬들의 2차 창작에 응원 아닌 응원을 했다. 그렇다고 또 직접 찾아보면 너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다. 팬들도 여의주를 보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던데 저도 옛날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배우 활동과 더불어 빅스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막내 혁 전역 후 오랜만에 완전체 팬콘서트를 열었다. 드라마 후반부 촬영과 콘서트 준비가 겹치기도 했지만 체력 부담을 묵묵히 이겨냈다. 차학연은 “멤버들 역시 개인 스케줄을 병행하다 보니까 무리했지만 그럼에도 으쌰으쌰 했다. 멤버들도 이제 30대가 됐지만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모이니 그때 그 시절 청춘의 한 때로 돌아가는 듯한 힘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작업을 병행해서 물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멤버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준비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차기작 ‘골드 디거’(JTBC) 등 러브콜이 끊이지 않으며 배우로서 활약을 이어가는 차학연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원래는 캐릭터나 스토리도 보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안 해본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서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이어 “예전에는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작품이 많았다면 이제는 ‘해내고 싶다’는 작품을 많이 선택하게 된다”며 “감사하게도 대본을 많이 보내주시는데 재미있고 행복하게 읽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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