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있었기에!’
‘베테랑의 품격’은 단순히 흐르는 세월만을 뜻하지 않는다. 뜨거운 코트 위 차가운 버팀목이다. 꾸준한 발걸음을 자랑하는 것은 기본,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팀이 길을 잃었을 땐 기꺼이 나침반이 돼주기도 한다. 강이슬(32·KB국민은행), 김단비(36·우리은행) 그리고 김정은(39·하나은행)에게로 시선이 쏠린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자랑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진한 존재감을 새긴다. 차곡차곡 쌓인 발걸음은 어느새 새 역사가 됐다.
강이슬은 리그 최고의 슈터다. 역대 최다 3점 슛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2014~2015시즌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무려 9차례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이 부문 2위 김영옥(국민은행·5회), 3위 박정은(삼성생명·3회)과 넉넉한 차이를 보일 만큼 압도적이다. 올 시즌에도 28경기서 65개의 3점 슛을 성공시켰다. 성공률 35.1%를 자랑한다. 베스트5 포워드 부문에도 포함, KB 정규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6일 진행된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도 양 손 무겁게 돌아갔다.
김단비는 현역 기준 최다 득점상 1위를 자랑한다. 공동 선두에 오른 2014~2015시즌을 비롯해 5차례나 이 부문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7개의 트로피를 수집한 정선민(은퇴·7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 시즌 29경기서 평균 18.3득점을 신고했다. 리바운드상(11.1개), 맑은기술 윤덕주상(최고 공헌상·997.70점), 베스트5 포워드까지 챙겼다. 김단비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팬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김정은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이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이다. WKBL 최초로 은퇴투어를 진행했다. 통산 최다 출전(620경기) 1위, 득점(8476득점) 1위 기록 보유자다. WKBL은 김정은만을 위한 헌정 영상을 준비했다. 김정은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농구인생 마지막에 와 보니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더라. 깊은 연대를 느꼈다. 무너질 법한 시기도 많았는데 잘 버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끄덕였다.
듬직한 선배들이 있었기에 후배들도 꿈을 꾼다. 여자농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선수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도 있는 대목.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선배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김단비는 “올해 19년차인데, 아직도 이 상을 받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WKBL라는 뛰어난 리그서 뛰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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