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왕사남’ 신드롬 배경은…“추모 넘어 아픔까지 공감…역사 속 희생자 감수성 높아져”

입력 : 2026-03-30 13:11:26 수정 : 2026-03-30 13:11:2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젊은 관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공감을 끌어내며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산업을 넘어 관광과 출판 시장까지 파급력을 확장한 배경에는 영화의 주인공인 비극적 군주 단종이 있다. 역사 속 비운의 인물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점은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30일 “대중의 어떤 코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요즘 이렇게 신드롬까지 가기 쉽지 않다”며 “단종이라는 인물을 투영한 ‘왕사남’은 대중이 느끼는 연민, 측은함 등의 감정을 섞어서 영화 안에 녹여냈다. 쿠데타에 의해 희생된 인물이지만 도덕적으로는 후세에서도 지지한다는 정서가 뭉쳐지면서 영화 관람, 스크린 바깥에 사회적인 현상까지도 만들어냈다”고 영화의 인기 비결을 짚었다.

실제로 비운의 군주 단종이 이처럼 대중적 공감과 관심의 중심에 선 것은 이례적이다. 오늘날 대중이 단종이라는 인물에 이토록 깊이 반응하는 이유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만큼 변화했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감수성이 많이 높아졌다. 과거에도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분명히 있었지만 이렇게 깊게 들여다보거나 아픔을 공감하는 흐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 역사를 보는 관점 자체가 많이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극이 정극에서 퓨전 장르로 넘어온 지는 꽤 됐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관성적으로 보던 인물을 다시 뒤집어서 재해석하는 형태의 작품이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단종 이전에 한명회와 같은 인물을 다룬 작품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반대편에서 희생자인 단종을 다루는 그림이 나왔다”며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봐왔던 인물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피해자나 희생자에게 대중이 더 마음이 많이 간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이후 관객 감소가 이어지며 극장 산업의 위기가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왕사남’이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 평론가는 “극장가에 사람들을 이렇게 모았다는 것 자체가 막연하게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이제 극장은 안 된다’는 생각을 살짝 깨준 지점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이 마음을 건드린다면 대중은 언제든지 다시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다만 ‘왕사남’의 흥행에 기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 평론가는 “나이브한 기획으로도 극장가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과거 1000만 영화가 쏟아져 나왔을 때 어느 정도 기획만 하면 기본적인 규모의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극장가 멀티플렉스의 공식이 통용됐다면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이번에 ‘왕사남’이 보여준 가능성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 같은 접근 방식으로는 어렵다. 훨씬 더 치밀한 기획들, 지금의 대중을 바라보고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지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이런 결과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