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가수로 4년 만에 컴백한 원필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날것의 고백을 시작한다. 다정한 ‘행운의 아이콘’ 원필을 떠올린다면 놀랄 법한 변신이다.
30일 발매하는 새 앨범 언필터드(Unpiltered)는 2022년 2월 첫 솔로앨범 필모그래피(Pilmography)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인기 절정을 맞은 데이식스의 10주년을 마친 원필은 이번 앨범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절박한 외침과 진솔한 고백이 교차하는 원필표 감정 아카이브다. 앨범 발매에 앞서 세계비즈앤스포츠와 만난 원필은 “타이틀곡을 통해 무너져내리는 나의 어둡고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런 모습도 나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팬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언제나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앨범을 내고 나면 바로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오는 갈증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 하는 내내 느꼈던 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절규하는 원필…파격적 신곡 ‘사랑병동’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쳐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곡은 타이틀곡 ‘사랑병동’이다.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고통에 무너진 채 겨우 버텨내는 삶 속에서 내뱉는 절박한 외침이다. 감정의 혼란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사랑과 병동이라는 상반된 단어의 조합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업을 마치면 앨범이 발매되는 날까지 매일 밤 작업물을 듣고 또 듣곤 한다는 원필은 “타이틀곡이다 보니 최선을 다해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수정할수록 안 좋아지더라. 처음의 느낌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기존엔 화자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됐지만, 수위 조절을 해 사랑에 빗대어 표현하게 됐다.
뮤직비디오 속 원필의 모습도 사뭇 파격적이다. 화자가 되어 그 감정을 직접 느끼고, 진짜 나라고 생각하며 인물의 감정을 연기했다. 원필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이틀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이상하더라”면서 “답답함을 많이 해소했고, 카타르시스도 느꼈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원필의 모습을 담은 곡이다. ‘사랑병동’의 절박하고 처절한 절규를 듣고 나면 직접 곡을 쓴 그의 안녕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를 짐작한 듯 원필은 “너무 괜찮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다. 건강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쓸 수 있다. 아니면 숨기려고 했을 것”이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속마음을 숨기고 살아가야 한다. 끙끙 앓고 말 못하며 쌓이기만 하는 감정들을 해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곡을 만들었다. 원필은 “말 못할 감정을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곡이 어디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랑병동’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첫 솔로곡 ‘행운을 빌어 줘’가 희망 찬가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정반대의 분위기다. 원필은 “‘필모그래피’는 내 기록 같은 앨범이었다. 당시 느낀 감정으로 팬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랐다. 혼자 남겨졌던 시즌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지는 군 복무 기간 대대적인 역주행을 만났고, 국민 밴드로 거듭났다. 전역 후 받은 관심에 부담도 생긴다.
앨범 발매를 코앞에 두고 “너무 갔다 싶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 원필은 “그래도 보여드리고 싶었던 모습이고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걱정하실 거란 생각도 들지만 연출이고 연기였다. 이 또한 원필의 모습으로 품어주시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11년을 버티게 한 동력, 데이식스
지난해 8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를 열어 국내 밴드 사상 첫 야외 스타디움 단독 입성이라는 이정표를 남긴 데이식스는 아시아 각지와 대구, 광주, 대전, 부산 등 전국구를 돌며 투어를 전개하고 있다. 주말에는 데이식스 멤버로 무대에 서고 평일에는 솔로 컴백을 준비했다. 체력적 부침은 있지만 무대 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돌이켜 보면 11년 가수 생활에서 가장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멤버들의 영향이 컸다. 원필은 “4년간의 공백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필 코로나와 시기가 겹쳐 공백기가 길어지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 데이식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이 너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힘들었던 이 기간이 부활의 발판이 됐다.
여전히 네 멤버가 모두 전역해 합주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고양 콘서트보다 엉망진창이던 합주 첫날이 가장 행복했다”고 떠올린 원필은 “역주행도 감사했지만, 우리가 뭉쳐야 또다시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불안감 속에 했던 합주가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K-가요계의 밴드붐, 그 중심에 데이식스가 있다. 밴드의 대중화를 일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막상 ‘대중적인 음악’의 답을 찾진 못했다. 역주행의 시작이 된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역시 대중화를 노리고 쓴 곡은 아니다.
원필은 “우리 안에서 낸 결론은 하나다. 대중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없지만, 우리가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내며 “우리는 우리가 납득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데이식스의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 가수 원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늙지 않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데이식스의 음악도, 원필의 음악도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겠다는 바람을 기반으로 그려가고 있다. 이제 막 공개를 앞둔 새 앨범을 두고도 “지금도 곡 작업이 하고 싶다. 머리 속에 항상 새로운 음악이 있다. 앞으로도 분명히 다른 형태의 앨범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필터드’로 지금의 원필을 기록한 또 하나의 앨범이 탄생했다. 솔직한 원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이런 음악도 소화할 줄 아는 가수’로 평가받길 바란다. 더불어 그는 “언제나 그렇듯 무언가 포기하고 싶을 때 잡아줄 수 있는 앨범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솔로 앨범 발매에 이어 오는 5월 1일부터 사흘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입대 직전 열었던 솔로 콘서트 이후 객석의 규모를 훌쩍 키워 돌아온 원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함성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당시를 떠올린 원필은 “입대 전날 열린 콘서트에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혼자 만담 콘서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엔 신나는 분위기로 소통하며 공연하고 싶다. 떨림의 연속이다.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고민되지만 마이데이(팬덤명)가 좋아할 만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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