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있었기에, 2026년도 있는 거죠.”
1984년생, 만 42세. 베테랑 노경은(SSG)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되자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자아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증명해 냈다. 결정적 순간마다 그가 있었다. 호주전서 선발 손주영(LG)이 부상으로 1회 만에 강판됐을 땐 등판을 자처하기도 했다. 2이닝을 삭제, 17년 만에 8강으로 가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을 정도로 큰 울림을 준 장면이다.
노경은에게 WBC는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다. 2013년 대회에 나섰으나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을 빚었던 한국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개인 성적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3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다. 노경은은 그때를 떠올리며 “연습 때 그렇게 좋다가 막상 본 대회서 컨디션 조절 실패로 내 공을 못 던졌다. 마운드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슬라이더만 주야장천 던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노경은은 “좋은 실패였던 것 같다”고 끄덕인 이유다. 큰 무대서 몸소 경험하고 느낀 것들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승화시켰다. 지난 3년 연속(2023~2025시즌) 30홀드 고지를 밟으며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13년 전과 같은 무대에서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빚어냈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귀국 현장서 “팀 최우수선수(MVP)는 노경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누구보다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먼저 걸어봤기에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세계의 높은 벽 앞에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경은은 좌절하는 후배들을 향해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2013년 실패가 있었기에 이번 대회서 좀 더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운을 뗀 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씩씩하게 잘 던지고 내려오더라. 이를 발판 삼아 다음 대표팀에선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다독였다.
쉴 틈이 없다. 노경은의 시선은 이제 KBO리그로 향한다. 개막(3월28일)이 머지않았다. 16일 귀국한 뒤 잠시 집을 들렀다가 바로 경기장을 향했다. 노경은은 “이번 WBC는 우승했을 때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도 “대회는 끝났다. 향수에 취해있지 않고 이젠 팀에서 시즌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식을 줄여 4㎏ 빠진 것 외에는 몸 상태가 좋다. 기분 상 전반기 끝나고 후반기 접어들 시기라 느껴질 정도로 밸런스가 좋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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