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팝 스타의 가치는 단순한 음악 향유의 차원을 넘어선다. 현대적 감각으로 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이를 전 세계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류 문화의 정점에 선 만큼 K-팝의 영향력을 지속하고 확장해야 할 아티스트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그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으로 대변되는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자리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지표로도 증명된다. 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음악·방송·웹툰·게임 등 K-콘텐츠 매출은 2024년 기준 157조 원을 돌파했다. 수출액은 141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로 인한 관광객은 연간 약 800만 명을 넘어섰다. 연간 방한객의 절반 수준인 약 800만 명 이상이 K-컬처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아시아 전역에 한류의 씨앗을 뿌렸다면, 2002년 일본 오리콘 1위를 차지하며 새 시대를 연 보아를 기점으로 빌보드 핫 100에 첫 진입한 원더걸스(2009), 싸이의 강남스타일(2012) 열풍이 한류의 지평을 넓혔다. 과거 TV라는 일방향 매체에 의존했던 문화 확산은 이제 글로벌 OTT 플랫폼과 SNS를 통해 실시간 양방향 소통으로 진화했다. IT 기술의 발달과 온라인 생태계의 변화가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문화 전파를 가져온 것이다.
◆K-헤리티지, ‘힙’한 미래를 입다
K-컬처의 선두엔 K-팝이 있다. K-팝 아이돌과 팬의 만남은 언어와 인종, 문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특별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비록 언어와 인종은 달라도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소통하며 쌓인 아티스트에 대한 신뢰는, 그들이 대변하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이는 타 문화를 배타적으로 대하던 경계를 허물고, 한국의 가치관과 정서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려는 문화적 포용력으로 발현된다. 팬덤의 자발적 애정이 가장 강력하고 평화로운 방식의 문화 전파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K-팝 스타들이 우리 전통 자산과 결합하며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왕의 길을 걷는다면 블랙핑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역사의 길을 열었다. 블랙핑크는 최근 컴백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 프로모션을 전개해 화제를 모았다. 박물관 입구부터 경천사 십층석탑으로 향하는 ‘역사의 길’엔 ‘블랙핑크 윌 메이크 유(BLACKPINK WILL MAKE YOU)’라는 핑크색 글귀가 쓰인 블랙 카펫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입체적 경험도 돋보였다.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를 둘러싼 휴식 공간에는 신곡 감상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고, 멤버들이 직접 유물 음성 도슨트에 참여해 유물의 가치를 관람객에게 전달했다. K-팝이라는 현대적 창구가 K-헤리티지와 글로벌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낸 순간이었다.
◆음악으로 전하는 K-컬처
전통문화의 변주는 음악적 문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 기획한 ‘BTS Week’가 그 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를 배경으로 아이돌(IDOL)과 소우주 무대를 꾸몄다. 아이돌은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비트에 국악 장단과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추임새를 절묘하게 얹어 한국적 색채를 더했다. 구수한 사투리로 “이게 바로 멋인 기라”를 외치는 에이티즈 멋도 빼놓을 수 없다. 꽹과리, 태평소 등 전통악기를 현대적 비트와 결합해 K-팝 특유의 역동성을 증명한 사례다.
블랙핑크 제니는 시각적 미학의 확장으로 K-컬처를 전파했다. 지난해 한 시상식 무대에서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노래 가사집 청구영언의 구절을 새긴 대형 천과 석가탑을 재해석한 드레스를 선보여 한국적 미학의 진수를 보여줬다. 앞서 블랙핑크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한복 저고리를 리폼해 K-한복 열풍을 일으켰고, 2023년 미국 코첼라에서는 기와지붕 세트와 부채춤, 조선 시대 무관의 의복인 철릭(帖裏)에서 영감 받은 의상으로 CNN으로부터 “한국 유산에 대한 경의”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 빌보드 200 8연속 1위에 빛나는 스트레이 키즈는 우리 문화를 콘텐츠에 녹인 대표적인 K-팝 아이돌이다. 2021년 소리꾼(Thunderous) 뮤직비디오에서 도깨비불과 북청사자놀이를 활용해 역동적인 전통 미학을 선보였다면, 최근 신선놀음(DIVINE)에서는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수묵화적 연출과 전통 회화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해외 팬들을 매료시켰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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