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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도경이 남자, 처절한 멜로였다” 이환 감독이 밝힌 ‘프로젝트Y’ A-Z [BS인터뷰]

입력 : 2026-02-18 13:15:35 수정 : 2026-02-18 1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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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낯선 사람을 바라볼 때, 이환 감독은 궁금증을 느낀다고 했다. 저 사람 집에는 가족이 있을 것이고, 어떤 사연으로 저렇게 됐을까. 어떤 결핍이 저 사람을 만들었을까. 그 시선이 쌓이고 쌓여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그리고 ‘프로젝트 Y’가 됐다.

 

영화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던 두 여자가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범죄 엔터테인먼트다. 평범한 일상을 원하다 위험에 뛰어드는 미선(한소희), 벼랑 끝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는 절친 도경(전종서)을 축으로, 기회를 움켜쥐는 가영(김신록), 잔혹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는 황소(정영주), 모두를 무너뜨릴 절대악 토사장(김성철), 사건의 키를 쥔 하경(유아)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한다. 그동안 결핍과 부재, 연대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날 선 시선을 증명해온 이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 도전이다. 강북 출신 감독이 강남의 가장 어두운 이면을 무대로 골랐다.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각오처럼 보인다. 

 

‘프로젝트 Y’는 다른 내일을 꿈꾸다 벼랑 끝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는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흥미로운 건 이 시나리오의 시작이 느와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원래 박화영보다 먼저 쓴 시나리오다. 그때는 멜로였다. 도경이 남자였고 굉장히 처절한 멜로를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다. 투자가 안 되면서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를 먼저 찍었다. 그 시나리오를 연상호 감독님이 어느 날 전화로 다시 이야기해보라고 하시더니, 장르영화로 바꿔봐 하시더라. 그 자리에서 수다를 엄청 떨었는데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니 재밌겠더라. 그렇게 디벨롭이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화의 출발점을 묻자 “영화의 시작점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이야기를 붙이다 보니 여러 다양한 캐릭터의 열전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의 사연을 상상하고 묘사해두는 감독답게, ‘프로젝트 Y’에는 그 관찰의 결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캐스팅 역시 영화계가 들썩인 행운이었다. 한소희와 전종서에게는 일찌감치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전작이 사회의 이면, 약자의 이야기를 주로 하다 보니 관객에게 다가가는 데 허들이 있었다. 이런 어두운 캐릭터의 이야기에서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 최고의 배우가 누구냐 했을 때 두 사람이 생각났다.” 미팅 당일 4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고, 그날 출연 의사가 정해졌다.

 

현장에서 이환 감독이 확인한 두 배우의 케미는 ‘얻어걸린 느낌’이었다고 했다. “두 배우가 친하다고 해서 미팅을 같이 했는데, 시나리오도 함께 봤다고 하더라. 두 분의 우정이 저한테 믿음을 줬다. 막 요구하기보다 가만히 두고 필요할 때만 해도 훼손하지 않고 가져올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두 주인공이 토사장의 것을 훔치기로 결탁하는 장면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링거 맞고 담배 피우며 합의하는 그 무드가 너무 좋다. 그 합의의 진가가 터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최애 장면을 꼽았다.

 

정영주와 김신록의 캐스팅에도 감독 특유의 눈썰미가 빛났다. 황소 역의 정영주는 유명한 프레스콜 사진 댓글을 우연히 보다가 떠올렸다. “댓글에서 희화화되는 걸 보면서 오히려 너무 멋있고 완벽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한번 이 캐릭터를 써야겠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잔혹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는 황소를 정영주가 체현해내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 중 하나다. 특히 김신록과 마주하는 대결 신은 촬영 당일 현장 판단으로 대폭 간소화하면서 오히려 “이건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메시지가 더 선명해졌다고 감독은 회고했다.

 

김신록에 대해서는 “지옥 시즌1을 보며 강렬하게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거기서는 평범한 사람의 캐릭터였는데, 이 배우를 특별한 공간에 요상한 엄마,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두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약에 취한 채 처음 등장하는 김신록의 등 연기는 아이디어 자체가 배우에게서 나왔다. “이건 은유가 가능한 장면이라 직접적인 표현보다 이 장면을 택했다. 신록 배우가 아이디어를 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토사장 역의 김성철에게는 의외의 디렉션을 건넸다. “스위트홈 시즌1 때 분량이 많지 않지만 소년미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강박이 있는 토사장이지만 언뜻언뜻 비치는 수줍음을 찍고 싶었다. 처음 등장할 때 입 가리고 수줍게 웃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줬다.”

 

아이돌 출신 유아의 캐스팅도 화제다. 감독은 “신인 배우가 하면 정보 전달에서 끝날 것 같았다. 오마이걸이 가진 요정 같은 이미지에서 ‘좋은 배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릭터가 유아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돼 재미팅을 요청했다.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유아가 강하게 말하더라. 팬시한 이미지는 언제든 할 수 있다, 안 보여준 걸 하고 싶다고.”

 

제목 ‘프로젝트 Y’에는 감독의 수 많은 계산이 숨어 있다. Y는 갈림길이자, 각자의 선택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마지막에 뒷모습에서 멀어지는 배우를 찍는다. 목소리만 들리고. 초반은 타이트한 게 많고 얼굴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때는 확 풀어주면서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 조금 자유로워질 때 당신들의 선택은 어떤지 생각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첫 상업영화임에도 흔들림 없는 연출을 보여준 이환 감독. 그는 “안 행복했던 때가 없었다. 그때그때 모양이 다를 뿐 재밌고 행복했다”며 현장을 회고했다. 결핍과 부재, 연대와 성장을 줄곧 천착해온 감독이 장르물의 외피를 두르고 던지는 질문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긴장감, 한소희·전종서의 미(美)친 케미와 감정 연기까지, 올해 꼭 봐야할 영화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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