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업계 경영진이 잇따라 인공지능(AI)을 통한 비용 구조 개선 구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개발·운영 전반의 생산성 체계를 재편해 외주비와 인건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생성형 AI가 전통적 게임을 단기간에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기술적 한계와 이용자 수용성 문제를 함께 짚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4분기 및 2025년도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급수수료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AI를 활용하면 외주 용역비를 과거와 비교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셋(개발 자료) 제작, 품질보증(QA), 인프라 구축 과정 등 그간 외부에 맡겨왔던 업무 일부를 AI로 대체하거나 보조해 비용을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인력 감축과 연결 짓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AI 확산이 중장기적으로 개발 인력 수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고 1000억원 규모를 투입해 업무 프로세스와 개발 파이프라인 전반에 AI를 접목해왔다. 이와 맞물려 연말에는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약 200명의 직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의 박병무 공동대표도 AI 기술 도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는 전사적으로 AI 생산성 향상 TF를 가동하려고 한다”며 “자사 AI와 오픈소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AI 역량과 공개 모델을 결합해 조직 전반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AI 개발 도구의 현주소에 대해 “지금은 적극적으로 서비스나 개발에 활용되지 않는 트랜지션(전환) 기간이라고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2년간 상당 부분 인력의 투입을 효율화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내부적으로 준비해왔기에 인력의 큰 증가 없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나 준비는 잘 진행돼왔다”며 “인력 확대 없이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이 선보인 상호작용형 콘텐츠 생성 모델 지니3을 둘러싸고 전통적 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제기된 바 있지만 업계는 단기적 대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구글 딥마인드가 최근 개발한 지니3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3D 게임 환경을 생성할 수 있는 AI 모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게임 장면을 글로 설명하면 실시간으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게임 개발 패러다임을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공개 직후 AI가 기존 게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유니티,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등 나스닥 상장 게임주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창한 크래프톤 CEO는 “단기간 내에 게임을 대체할 거라 보진 않는다”며 “지니3을 돌리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용량이 많이 필요하고, (구동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아직은 짧다”고 평가했다. 기술적 제약이 여전히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엔씨의 박 대표 역시 “AI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GTA6 같은 게임을 만들 순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용자들도 AI로 만든 아트나 캐릭터 도입에 크게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수준의 완성도와 브랜드 파워를 AI가 단기간에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게임사들은 AI를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되 창작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AI 도입이 산업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고용 지형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향후 실적과 프로젝트 성과를 통해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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