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한국 남자배구의 ‘역대 최고 세터’로 불러도 이견이 없을 주인공, 한선수의 18번째 시즌이 뜨겁게 수놓아진다. 1985년생,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대한항공 코트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그는 2025~2026시즌 왕좌 복귀를 조준한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벽에 가로막혀 통합 5연패라는 굵직한 도전이 좌절된 아쉬움을 어떻게든 달래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3라운드 원정은 한선수와 대한항공의 명예회복 시나리오에 위기로 적힐 수 있는 한판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이 발목 인대 부상으로 최대 8주 이탈이 확정된 상황에서 지난 25일 KB손해보험전을 1-3으로 놓쳤고, 시즌 첫 연패 위기에서 이날 경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백전노장 한선수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외인 에이스’ 러셀도 허리 통증으로 몸 상태가 성치 않던 상황이었지만, 줄어든 공격 옵션 속에서도 찰떡 같은 토스웍으로 대한항공의 공격을 조립해 갔다. 심지어 이날 정지석의 자리를 대신한 임재영마저 3세트 초반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지만, 개의치 않고 러셀과 중앙 속공을 살리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견인했다.
한선수는 “(임)재영이가 컨디션이 정말 좋았는데,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이 갑자기 어수선해진 느낌이었다. 대신 들어온 (김)선호가 오랜만에 들어와서 긴장을 많이 하더라.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편하게 하자고 이야기 나누며 코트 위에서 맞춰 갔다. 덕분에 팀 플레이가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시즌 절반인 3라운드를 마친 시점, 대한항공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최고의 원동력이다. 다시 최고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한선수의 의지는 그만큼 하늘을 찌른다.
그는 “지난 시즌 아쉬움은 쉽게 안 없어지겠지만, 이번에 또 새로운 시즌이 와 있다.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뛰자는 생각뿐이고,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라며 “(체력적으로) 힘드냐고 여기저기서 계속 물어보는데 항상 괜찮다고 말한다. 절반이나 왔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기분 좋은 기록도 그를 반긴다. 이날 1개의 블로킹을 더한 그는 통산 500블로킹을 찍었다. 국내 선수로는 17번째 기록이지만, 세터 포지션으로 이 기록에 닿은 선수는 한선수가 처음이다.
“그만큼 오래 뛰었다는 뜻이다. 젊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잡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밖에 못 잡아서 늦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웃은 그는 “세터 최초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세터는 토스를 잘해야 한다. 토스를 더 열심히 하겠다. 블로킹은 어떻게든 팀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를 댈 때가 아니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핑계대는 순간 처지는 법”이라는 굳건한 마음가짐도 함께 귀띔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위치,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는 것에만 집중한다. 연쇄 부상으로 분위기가 다소 어둡지만, 한선수는 남은 선수들의 분발을 외친다. 그는 “자기 위치에서 해야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분위기는 아직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시즌 절반이 남았는데, 하던 대로 우리의 배구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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