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슬로우 라이프의 대명사인 타샤 튜더(1915-2008)의 삶을 조명한 전시가 바쁜 일상에 잠시 쉼을 건넨다.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그림과 소박하지만 단단한 삶의 태도가 진짜 풍요란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선 내년 3월15일까지 타샤 튜더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기획전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이 열린다.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는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으로 데뷔한 이후 마더 구스와 1은 하나로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아동 문학상 중 하나인 칼데콧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타샤의 특별한 날, 비밀의 화원 등 100여권의 저서와 삽화를 남기며 미국의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50대 무렵부터 손수 가꾼 30만평에 이르는 정원과 생활 공간은 그녀의 예술세계와 자연주의적 삶이 맞닿는 상징적 장소로서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자연·가족·수공예·정원 등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성한 총 12개 섹션을 통해 타샤의 예술세계와 삶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대형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겉보기엔 일반 시계처럼 보이지만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간다. 이는 입장하는 순간부터 타샤의 삶 속으로 돌아가보자는 의미가 담긴 장치로,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타샤의 삶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바이오그래피는 그의 인생 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가족 관계와 주변 환경이 그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하게 하며, 타샤라는 인물이 지닌 세계관의 뿌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어지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동화 작가’ 섹션부터 본격적으로 타샤의 작품이 전시된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30여권의 초판본과 데뷔작 호박 달빛 55주년 특별판 등 자료는 관객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동심을 떠올리게 한다.
‘계절의 리듬 속에 피어난 삶’, ‘작은 동물들과의 일상’ 섹션에서는 그녀의 삶의 중심이자 철학을 담은 방대한 식물 스케치와 반려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그린 원화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된 원화만 총 190여점이 넘는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했던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작품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원화는 공간마다 마련된 돋보기를 통해 디테일한 선과 색감을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스케치 하나하나에 담긴 세심한 관찰력과 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전시의 중반부에선 타샤의 자급자족 슬로우 라이프 미학이 구체적인 풍경으로 재현된다. 저서 타샤의 식탁에 담긴 요리법과 일상을 바탕으로 소박한 식탁과 작업실이 공간 아트로 구현돼 보다 생동감 있는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족과 함께한 일상의 추억이 담긴 삽화와 크리스마스 카드 등 다양한 물건들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큰아들 톰이 어머니인 타샤를 위해 만들어준 의자도 재현돼 있어 의미를 더한다.
전시 말미에는 2018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타샤의 정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드닝 섹션이 전시를 장식한다. 타샤의 정원을 모티프로 꾸며진 정원은 비록 인조 꽃과 나무일지라도, 타샤가 평생 실천했던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소박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하며 잔잔한 온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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