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체위 변경 기능 등 더해
보호자 부담 줄이는 데 집중
병원 이미지 벗은 침대 선봬
매트리스 생산 등 국내서 진행
침대 모션 제어 등 특허 보유
“제조 바탕 침대 부문 1위 목표
새로운 요양 문화 만들고 싶어”
미국의 관세폭탄에 수출경쟁 심화와 내수침체까지 겹친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요양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노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수술·부상 회복, 장애, 재활, 산후 회복까지 ‘집에서 누워 지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요양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까지 편해야 하죠. 그게 ‘모베더쉼’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오수한 모베 대표)
한국 사회가 ‘집에서 요양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화, 가족 구조 변화, 간병비 부담, 병상 부족, 요양시설 기피 현상 등이 겹치며 환자가 병원보다 집에서 장기간 머무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 결과 재가요양 시장이 등장했다.
재가요양의 핵심 가구 중 하나인 침대 역시 잠을 위한 가구에서 의료와 일상을 연결하는 장치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아직 작지만 높아지는 수요층을 겨냥해 산업의 틈을 파고든 기업이 있다. 모션침대 제조사 모베가 올해 선보인 재가요양 침대 브랜드 ‘모베더쉼(MOBE the 쉼)’이다.
◆가정요양 겨냥한 모션침대 등장
한국은 2025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방문요양·방문간호 등 등 가정과 지역기반 요양 구조에 대한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요양군 자체도 넓어지고 있다. 장년층뿐 아니라 ▲병원 치료 후 퇴원해 누워 지내는 환자 ▲돌봄 인력이 필요하지만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환자 ▲간병비 부담이 커 가정 선택을 선호하는 가족이 모두 재가요양 시장을 구성한다.
가정 요양에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침대’다. 하지만 재가요양이라는 현실적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는 제품은 부재했다. 그동안 침대 시장 구조는 오랫동안 일반침대와 병원침대로 이분화돼 있었다. 오 대표가 봤던 ‘틈’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오 대표는 30년 가까이 가구업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2018년 모션베드 브랜드 모베를 론칭한 그는 올해엔 재가요양 특화 브랜드 모베더쉼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모베더쉼은 침대를 단순 수면가전이 아닌 ‘요양 인프라’로 규정하고, 집에서 치료·회복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별도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다.
모베와 모베더쉼의 모션베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기술이 녹아든 결정체다. 프레임·모션 구조·매트리스 생산과 조립까지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국내 공장에서 수행한다. 연구소 중심 기술 개발로 기능 업그레이드 주기도 빠르다. ‘다단 분절 작동모드를 갖는 침대 모션 제어 시스템’, ‘폴딩형 모션베드 구조’ 등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품질을 인정받으며 병원·산후조리원·요양기관 등 납품처가 늘었고, 판매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다.
◆재가요양, 산업으로 커진다… “요양문화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
모베는 입소문으로 성장한 회사다. 특히 병원·요양시설에 설치된 뒤 자연 확산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의료기관에 설치된 제품을 경험한 환자가 퇴원 후 동일 제품을 구입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별도의 대규모 영업조직 없이도 신규 수요가 발생했다. 재가요양 시장을 ‘새로운 산업’으로 보게 된 것도 이같은 수요를 경험하면서다.
오 대표는 “초기에는 수면 편의성을 높이는 모션침대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실제 소비 패턴은 예상과 달랐다”며 “침대를 보러 온 고객이 ‘침대를 재활에 쓸 수 있느냐’, ‘어머니 요양용으로 적합하냐’고 묻는 사례가 늘더라. 모션베드에 대한 시장 요구가 수면이 아니라 요양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병상에서 시작된 질문… “간병인의 건강은?”
모베더쉼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오 대표의 개인적 경험에서 힘을 얻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부친이 요양이 필요한 상태로 장기간 누워 지내야 했던 게 계기였다. 가정에 모션침대를 들여놓고 간병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오 대표는 “기존 모션베드의 침대 각도 조절 기능은 분명 도움이 됐다. 하지만 조금씩 자세를 바꿔드리거나 몸을 옮기려면 결국 보호자가 직접 힘을 써야 했다”며 “특히 어머니가 밤마다 아버지의 자세를 변경하느라 허리와 무릎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는 서서히 허리가 부러지듯 무너지는 구조였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요양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제품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됐다. 기존 모베의 모션베드가 환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베더쉼은 설계 중심을 ‘보호자와 환자의 동시 편의’로 옮겼다. 침대는 환자를 눕히는 도구만이 아니라, 보호자의 몸을 지키고 간병 노동을 줄이는 장치여야 한다는 관점이 더해진 셈이다.
이후 오 대표는 모션베드의 구조와 프레임 설계를 전면 수정했다. 침대 상판이 일정 각도로 회전해 휠체어 또는 보행 보조기구와의 이동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오 대표는 “환자를 번쩍 안아 옮기는 대신, 침대를 움직여 보호자가 편하게 환자를 옮기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정 시간 간격으로 자세를 바꿔주는 자동 체위변경 기능을 넣어, 밤새 직접 체위를 바꿔줘야 했던 보호자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침대 높이 조절 구간도 넓혔다. 허리를 깊이 숙이지 않고도 씻기기·식사 보조·체위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상체와 하체를 들어 올리는 각도와 승·하강 폭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상황과 편의에 맞춰 사이즈, 기능, 옵션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모션에 필요한 OKIN 엑츄에이터는 2모터, 3모터, 4모터로 설정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병원 침대’의 느낌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나무 질감의 헤드보드를 사용해 일반 가정용 침대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명, USB 포트, 콘센트 등을 넣어 편의성도 높였다. 대신 안전가드와 보조 가드는 달아 안전을 지켰다. 이는 병원 침대 이미지가 주는 심리적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오 대표는 “집에 병원 침대를 들여놓으면 누구든 자신이 ‘환자’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갖게 된다”며 “집 안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요양침대가 환자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IoT·AI 접목해 ‘침대 기반 비대면 의료 플랫폼’ 구상
모베는 장기적으로 침대를 재가 의료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침대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환자의 기본 건강 데이터를 자동으로 측정·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모베는 ‘슬립센서(Sleep Sensor)’ 기술을 통해 수면 중 호흡·심박·체중 등 생체 데이터를 감지해 앱으로 전달하는 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야간 이탈이나 무호흡 위험을 감지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회사는 향후 수면질 분석과 건강 모니터링까지 연결해 침대를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IoT 모션컨트롤(IoT Motion Control)’ 기술을 적용해 음성 명령만으로 침대 각도와 자세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체위 변경이나 상·하체 독립 조절 등을 자동화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스스로 침대를 조작할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였다.
수집된 데이터를 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연동해, 의사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 낙상 위험이 감지될 경우 보호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는 낙상 경보 기능도 장기 개발 과제에 포함됐다.
오 대표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장기 입원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집 안 침대가 곧 진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가 본격화되면 재가요양 침대는 곧 의료 데이터의 핵심 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눈 돌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모션베드
모베는 이미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침대는 문화적 장벽이 낮은 품목”이라며 “병원과 요양 체계가 존재하는 국가라면 재가요양 침대 수요도 똑같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전과 IT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기준이 되는 시대”라며 “모션침대 기술 역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 직접 제조와 특허 기반 기술을 고도화해 제조침대사 중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베더쉼이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침대를 수면의 도구에서 가정 기반 요양 인프라로 끌어올려 집에서 이뤄지는 돌봄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오수한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침대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요양의 형태를 바꾸고 가족의 건강과 돌봄 구조를 바꾸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며 “재가요양 침대를 한국에서 표준화해, 새로운 요양 문화를 만드는 선구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