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BS광장] ‘크리스마스엔 역시’…연말 차트 지배한 ‘캐롤 연금’의 두 얼굴

입력 : 2025-12-16 11:45:06 수정 : 2025-12-16 11:45:0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연말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어김없이 소환되는 것이 익숙한 캐럴이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리의 상점과 카페, 쇼핑몰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멜로디가 흘러나오며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얼굴들로 채워진 연말의 소리는 음악 시장이 얼마나 익숙함에 기대고 있는지를 동시에 드러낸다.

 

16일 음원 사이트 멜론의 주간 톱100 차트에 따르면 엑소의 첫 눈(2013)은 8위,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1994)는 45위,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 미(2014)는 89위,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2010) 92위, 성시경·박효신·이석훈·서인국·빅스의 크리스마스니까(2012)는 94위에 올랐다.

 

올해 발매된 시즌송으로는 프로미스나인의 하얀 그리움이 유일하게 3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1년 발표된 김민종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해마다 같은 노래들이 반복되지만, 이상하게도 질리기보다는 계절의 신호처럼 반갑다. 이른바 ‘캐럴 연금’ 현상은 분명 장점이 있다. 우선 계절의 분위기를 단번에 환기시키는 힘이다. 차가운 공기 속에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는 한 해의 끝을 실감하게 하고, 각자의 추억을 조용히 불러낸다. 

 

스트리밍 중심의 음악 시장에서 검증된 히트곡은 플랫폼과 이용자 모두에게 실패 없는 귀호강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래된 곡들이 다시 사랑받는 과정에서 세대를 잇는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인이나 비주류 음악이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 속에서도 적어도 캐럴만큼은 ‘시간을 이긴 콘텐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뚜렷하다. 매년 반복되는 차트 풍경은 음악 소비의 다양성을 제한한다. 연말이 되면 차트는 사실상 예약석이 되고, 신곡 캐럴은 출발선부터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한다. 올해도 최근 청하, 박진영, 빅오션 등 여러 가수들이 시즌송을 선보였지만 차트 진입에 실패했다.

 

가요계가 시즌송 제작을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승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 짧은 소비 기간을 감안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캐럴은 줄고, 과거의 명곡만 되풀이되는 순환이 이어진다.

 

결국 음악 산업의 활력이 줄어든다. 연말은 원래 실험과 변주가 가능한 시기지만, 캐럴 연금 구조 속에서는 도전보다 관망이 선택된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와 메시지가 설자리를 잃으면서 시즌송은 점점 정해진 공식에 갇히고 있다.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반복은 정체를 낳는다. 캐럴 연금이 주는 안정과 향수 속에서 음악 시장이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볼 시점이다. 매년 같은 노래를 기다리는 즐거움과 함께 언젠가 새로운 연말의 대표곡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연말 차트가 추억의 재생 버튼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