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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재개발 논란] 세계유산 둘러싼 전선 확대…정치권→주민·전문가 충돌

입력 : 2025-12-01 13:54:49 수정 : 2025-12-01 13: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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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앞 재개발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고층 개발이 아니더라도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원종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의원 등 참석자들이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종묘 앞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논쟁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세계유산 앞 재개발 찬반을 넘어 도시정책과 문화유산 보존 기준에 대한 논쟁이 다층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방선거 전초전?…정치권 공방 격화

 

서울시가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최대 145m까지 허용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는 정치 공방의 한가운데 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 집중 공세를 펼치는 등 논란이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0일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박물관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아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종묘를 직접 방문해 “서울시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인 단견”이라고 오 시장을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서울시를 향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박홍근·전현희·서영교 의원 등이 대거 포함된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착오적인 초고층 건물 개발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의 용적이양제 철회를 언급하며 “(서울시가) 올해 연내 그 방법을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하고) 굉장히 졸속이고 섣부른 방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존 등 특정 지역의 개발이 제한돼 사용되지 못한 용적을 다른 건물이나 지역 등에 팔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 제도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해외 도시에서 도입된 바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2월 처음으로 도입을 추진했다가 시행을 연기했다. 국토교통부는 문화재 등이 있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란의 중심에 선 오 시장은 정부·여당의 비판에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남산부터 종묘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조성되면 종묘의 경관이 더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관할 지자체장인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종로구청장도 “종묘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고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종로의 역사성을 보호하는 사업”이라고 서울시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인 오 시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역사성도 살리면서 발전된 서울의 모습이 바로 외국인들이 꿈꾸는 서울 방문의 가장 큰 기억과 인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으며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은 “마치 종묘 정문 앞에 거대한 빌딩이 들어서서 남산을 향한 종묘 정전 경관을 가리는 듯 정치 선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 “법적대응” 경고…전문가들 “패러다임 전환 필요”

 

세운4구역 이해당사자로 구성된 주민대표회의 측은 정부가 재개발을 막으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0년간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채 누적된 채무가 725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업구역 전체에 대한 철거까지 마친 사업장”이라며 “만일 국가유산청 등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손해배상 및 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구역 주민들은 지난해 열린 공청회에서도 “일본은 왕릉 옆에도 200m이상의 고층 건물이 지어지는 등 세계적으로 완화해주는 입장인데 종로에서만 심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꾸준히 높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문화연대 등 건축·시민단체가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세운지역 고층 개발 문제와 대안 찾기’ 긴급 토론회에서는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전문가가 한 데 모였다. 이들은 꼭 고층 빌딩을 세우지 않더라도 사업성을 낼 수 있는 여러 해법과 대안을 쏟아냈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과 교수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등 5대 궁궐과 종묘, 사직단을 묶어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빗댄 센트럴(그랜드) 팰리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구역별로 개발하는 것이 아닌 종묘 일대를 묶어 역사적 가치를 도시 개발과 조화시키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주변이 활발한 공간으로 변화한 사례들이 많다”며 “개발과 보존의 충돌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개발을 어떻게 풀어갈지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철 건축가는 “지하에서도 지상에서 못 찾는 용적률을 찾을 수 있다”며 국내 최대 규모 지하 캠퍼스 이화여대 ECC와 강남 코엑스몰을 예로 들었다. 그는 “종묘도 살리고, 주민들의 이익도 살리는 방법에는 하늘로만 올라가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대규모 지하 공간을 조성해 동대문 지구까지 연결되는 얼개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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