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1103만명에서 2024년 1637만명을 기록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증가한 덕이다. 더욱이 올해는 7월까지 무려 1070만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열풍이 불러온 효과가 크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처음으로 연간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류 콘텐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K-팝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콘서트장에서는 외국인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K-팝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공연할 수 없는 현실이 발목을 붙잡는다. 공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공연장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다.
◆방한 외국인 “K-팝 공연보러 왔어요”
지난해 집계발표한 인터파크 글로벌 이용 행태에 따른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소비한 K-콘텐츠는 아이돌 콘서트다. 티켓 예매 건수과 거래액은 2022년에 비해 각각 136%, 370% 성장했으며 재예매율은 42%에 달했다. 예매율은 콘서트가 7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예매 건수 상위 5개 목록도 K-팝 아이돌 콘서트로 채워졌다.
또 예술 관광 이용을 위해 재방문할 의향은 97%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 응답자 193명 중 서울 공연 예술이나 전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86.9%에 이른다. K-팝 성지인 한국에서의 공연이 방한 외국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29일 하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세븐틴 콘서트 관람객의 3분의1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양일에 걸친 콘서트 관객 5만6000여명 중 해외에서 온 캐럿(공식 팬덤명)은 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적의 팬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연 전야제로 열린 각종 행사의 외국인 방문객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1회성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공연을 전후해 서울과 인천 등에 머물며 이벤트를 즐긴 것이다. 이처럼 K-팝 콘서트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여행업계는 K-팝 스타의 콘서트 일정에 맞춘 여행상품을 선보이며 외국인 관객 유치에 나섰다. 공연장 기근에 따라 비교적 큰 규모의 공연장을 찾아 인천·고양 등 수도권 공연이 열리면서 해당 도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세븐틴 인천 콘서트가 공지된 후 약 2개월간 SNS에서 인천 관련 언급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0% 상승(335만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이 열리는 도시가 관광 지역으로 주목받고 동반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K-팝 훨훨 나는데…국내 공연은 ‘눈치게임’
2024년 기준 4대 기획사의 공연 사업 매출 비중은 15∼20% 수준이다. 실적 발표에 따르면 국내 연예 기획사 중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하이브는 2조2550억원의 매출 가운데 공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약 4510억원)를 차지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6020억 중 17%(약 1040억원), SM엔터테인먼트는 9900억원 중 18%(약 1230억원) 수준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업 자료에서 공연 매출 비중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으나, 과거 기준 약 10% 초반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를 전개하고 있는 YG와 소속 가수의 성장세가 유독 돋보이는 하이브, 팬덤 확장에 나선 SM 모두 올해 공연 매출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JYP의 전년 대비 공연 매출은 342%, 관련 MD 매출 355% 급증의 효과를 봤다. 대부분의 기획사가 공연 관련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K-팝 그룹은 앨범 발매 후 대규모 월드투어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투어의 포문을 열고 세계 각국의 도시로 향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글로벌 공연 시장에서 훨훨 나는 K-팝 공연이 정작 ‘K-팝 본토’인 한국에서는 수요만큼 개최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꺼이 K-팝의 본고장에 찾아와 공연을 즐기려 하는 해외 팬에게도,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준말) 끝에도 티켓을 구할 수 없는 국내 팬에게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K-팝의 파급력이 날로 증가하는 이 시점에 공연 관련 이슈는 단순히 한 기획사의 제약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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