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다부진 몸과 단단해진 마음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프로 선수도 예외는 없다. 다만 오랜 시간 ‘현역병 입대는 곧 경력 단절’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처럼 운동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 전역 후 실전 감각을 곧바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었기 때문.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이 통념을 뒤집는 장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 시즌 신인왕 유력 후보를 넘어 리그를 호령 중인 외야수 안현민(KT)이 대표 사례다. 25일 기준 타율(0.345)과 출루율(0.453)에서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장타율(0.585)은 2위로 앞에 선 르윈 디아즈(삼성·0.613)를 바짝 쫓는다.
프로 4년 차인 그는 입단 첫해인 2022년 빠르게 현역 입대를 결정했다. 1년 6개월 동안 육군 취사병으로 근무한 가운데 지난해 2월 전역했다. 군 복무 중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 벌크업으로 힘을 더했다. ‘터미네이터’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시기상 스프링캠프조차 소화하지 못했지만, 곧장 2024년 퓨처스리그(2군)서 두각을 드러냈고 생애 첫 1군 콜업 기회도 잡았다. 특히 그해 6월은 강렬했다. 7경기서 5안타 1홈런을 쳐 이강철 KT 감독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것. 다만 손가락 인대 파열로 이탈하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등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방망이 끝을 더욱 날카롭게 갈았다. 결과는 대폭발이었다. 4월 말부터 1군 기회를 잡더니 이젠 마법사 군단을 이끄는 주축으로 ‘현역병 돌풍’ 최전선에 서 있다.
‘예비역 병장’ 내야수 안재석(두산)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지난 7월 초 전역, 시즌 도중 합류했음에도 곧장 내야진에 힘을 보탰다. 놀라운 건 소총수로 근무하며 달라진 체형이다. 틈틈이 노력해 무려 15㎏ 이상 증량했다는 후문이다.
헐렁해 보였던 유니폼도 옛말,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한다. 비로소 타격에 눈을 뜨는 모양새다. 10경기 동안 타율 0.412(34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을 때려냈다. 멀티히트는 6차례다. 지난 15일 잠실 KIA전 연장 11회 말 5-5 동점서 나온 끝내기 홈런은 단연 백미였다.
과거 체형에 비해 스윙이 과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예전엔 오버스윙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몸에 딱 맞고,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몸과 마음가짐 모두 성숙해졌다”고 향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다음 번호표를 뽑은 주인공은 강재민(한화)이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이달 중순 제대했다. 현시점 독수리 불펜이 기다리고 있는 지원군이다. 강재민은 2020년 데뷔 후 4년 동안 207경기에 등판해 8승14패 46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65(207이닝 84자책점)를 마크한 바 있다.
입대 후 재정비의 시간을 보냈다. 2년 전 받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 회복은 물론,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마운드 복귀 수순을 밟는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라이브 피칭을 했고, 2군서 실전도 소화했다. 지난 19일 이천에서 LG 퓨처스팀 상대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내달 1일부터는 확대 엔트리가 실시된다. 각 팀의 합류 선수들 활약에 가을야구 향방이 갈린다. 뒷문이 지친 한화 역시 숨 가쁜 순위 경쟁 중이다. 현역병 출신 강재민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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