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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파인’서 증명한 새 얼굴…“엔딩? 시즌2 나오면 그때 파멸할 것” [SW인터뷰]

입력 : 2025-08-22 07:00:00 수정 : 2025-08-26 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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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류승룡은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다. 때로는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때로는 서늘한 카리스마로 매번 전혀 다른 결을 창조한다. 이번에는 친근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캐릭터로 또 다시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1977년 그릇이 산더미처럼 담긴 바닷속 보물선을 둘러싼 욕망과 배신의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에서 류승룡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성실한 악당 오관석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성실하고 집요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욕망 가득한 행동대장 역할이다.

 

류승룡은 1970년대 전형적인 가부장 오관석의 소시민적인 모습과 더불어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욕망과 잔혹함까지 다채롭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다. 최근의 그의 대표작 디즈니+ ‘무빙’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의 모습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새로운 얼굴을 선사했다. 그의 연기를 볼 때마다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파인: 촌뜨기들’ 종영 직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류승룡은 “아까 소감을 말하는데 사실 울컥했다. 감정을 참으면서 간신히 얘기를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그만큼 저한테 인생에 있어서 보물 같은 작품이다. 위로가 되고 보람이 됐던 작품이고 다신 올 것 같지 않은 촬영이었다”고 작품에 뜻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강윤성 감독님이랑 하게 된다는 점과 원작이 윤태호 작가님 작품이라는 게 크게 다가왔다”고 밝힌 류승룡은 “오관석이라는 역할이 저에겐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히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투리도 없다. 수싸움이나 컨트롤을 하는 역할이라 큰 무기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것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보이지 않는 수싸움을 어떻게 표현하지 저한테는 도전이었다”고 떠올렸다. 

 

묵직한 카리스마가 강조됐던 원작의 오관석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소시민적인 모습도 함께 표현된다. 강윤성 감독과 원작의 윤태호 작가가 각색하는 과정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다. 류승룡 또한 오관석이라는 인물에 더 빠져든 이유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작품을 OTT로 볼 때 또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점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OTT물이 소재 등을 차용하고 좋은 점들을 살리지만 절대적으로 웹툰을 복사해서 끼워넣는 게 목적은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각색 과정에서 강 감독과 윤 작가가 무엇이 가장 OTT에서 효과적일지 수없이 논의했다는 류승룡은 “오관석이라는 인물이 절대악으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빠다. 좀도둑으로 시작해서 욕망이 점점 스노우볼처럼 늘어나서 나중에는 서슴지 않고 사람까지 죽이는 악인으로 변해 추락하는 인물로 전락하는 그 허무함을 그리는 데 저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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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촌뜨기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등장인물들이 악인이지만 서투르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에서 나오는 소시오패스 같은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다.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아닌 것”이라며 “시청자가 어느덧 ‘나도 저럴 수 있겠다’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국에는 허무함을 줄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옳게 사는 건 돈 벌고 나서’라는 마음가짐으로 점차 자신의 욕망에 잡아먹히는 오관석은 그릇을 실은 트럭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 하자 이를 옮기다가 차와 함께 추락한다. 죽음을 맞은 것으로 보였지만 쿠키영상에서 깜짝 생존한 모습으로 반전을 안겼다. 강 감독이 고심 끝에 해당 장면을 구상해 본 촬영이 마무리되고 몇 개월이 지나 편집 단계일 때 쿠키 영상을 찍었다.

 

류승룡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었을 때까지는 오관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쿠키 영상을 찍자고 하셔서 ‘살았구나’ 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났을지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고 떠올렸다. 

 

최후를 맞은 다른 인물들과 달리 혼자만 살아남은 엔딩에 대해 류승룡은 “시즌2를 희망하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파멸할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사실 관석의 돈을 버는 엔진이자 목적은 가족이다. 만약 이번 시즌에서 끝이 났다면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는 천벌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벌을 받는 것보다 가족이 벌을 받았으면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쿠키 영상을 찍었다. 시즌2를 찍는다면 그때 관석이가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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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석과 그의 조카 오희동(양세종)은 늘 한 팀으로 움직였지만 스토리가 흘러가면서 점차 균열한다. 오희동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오관석을 용납하기 힘들었고 순수함의 결정체인 선자(김민)에 매료돼 창고에 있던 그릇을 삼촌에게 말도 안하고 빼돌린다. 오관석은 오희동에게 아빠 같은 존재였지만 선자에게 밀리게 되는 셈이다. 오관석은 오희동이 그릇을 빼달린 것을 알고 분노하지만 이후 오희동을 만나 “다 이해한다”며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각자의 삶을 살자고 말한다.

 

류승룡은 “관석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관석이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희동이가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랬기 때문에 불길한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건 돈 벌고 나서’라고 말했지만 희동이에게 눈치보듯이 일을 저질렀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건데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은 것이고 이걸 들킨 것이다. 약간의 죄책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희동이 선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도 “왠지 그 여자에게 갈 것 같다는 촉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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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석을 비롯한 인물들이 바닷속에서 그릇을 캐는 게 주요 스토리인 만큼 선상 촬영도 많았다. 다만 대사를 주고받는 등 디테일을 요구하는 장면은 배가 흔들리면 안 되니 직접 바다를 나가지 않고 수조 세트에서 안전하게 촬영했다. 전체 인원이 나오는 풀샷을 찍을 때만 실제 바다 위에서 찍었다. 세트에서 촬영하는 게 더 편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류승룡은 “수조 세트에서는 파도를 만들기 위해 스태프들이 줄을 당겨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바람도 불어야 하니까 후시 녹음도 따로 해야 한다. 오히려 세트 촬영이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배로 더 힘들다”고 의외의 고충을 털어놨다.


차기작은 오는 10월 방영 예정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JTBC)다. 동명의 소설 원작과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입사 25년 차 세일즈맨 부장인 주인공 김낙수를 맡았다. 류승룡은 “누구나 겪는 제 또래 이야기다. 경제적인 변화나 생물학적인 쇠퇴기 등을 겪었을 때 오는 상실감 등 누구나 맞이하는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행복을 사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저도 기대가 되고 이것도 웹툰 기반인데 많이 각색도 하면서 지금 만들어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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