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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당연히 넘어서야죠!”… ‘3루타왕’ 전설이 후배에게 건네는 응원

입력 : 2025-08-20 12:56:23 수정 : 2025-08-20 13: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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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야수 정수빈(왼쪽). 전준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사진=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케케묵은 기록, 이제 넘겨줄 때도 됐습니다. 매번 (정)수빈이 만나면 ‘언제 깰 거냐’고 물어봐요(웃음).”

 

누구도 깨지 못할 것 같던 대기록에 도전장이 날아든 지금, 그의 마음에는 아쉬움보다 뿌듯함이 더 크다. 프로야구 통산 3루타 100개의 주인공인 전준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담담했다. 오히려 “영원한 기록은 없다”며 “후배들이 깨줘야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활짝 미소 짓는다.

 

외야수 정수빈(두산)이 그의 기록을 추격하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서 열린 한화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9회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맹활약을 펼쳤고, 8회 초엔 큼지막한 장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점 차(2-4) 열세 속 1사 2, 3루에서 한화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한 타구는 내야를 맞고 튀어 오른 뒤 우측 깊숙이 빠졌다. 주자 2명을 불러들이는 동점 3루타(4-4)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정수빈 특유의 날렵한 베이스러닝이 번뜩였다. 세이프가 아슬아슬했던 순간, 그는 왼손을 살짝 비틀어 상대 3루수 노시환의 태그 수비를 피하는 등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찍었다. 이날 정수빈이 마크한 통산 90번째 3루타는 전 위원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다.

 

전 위원은 현역 시절 ‘대도’ 외야수로 명성을 떨쳤다. 롯데와 현대, 히어로즈 등 유니폼을 입고 2091경기 출전, 타율 0.291(6928타수 2018안타)을 기록했다. 3루타는 물론, 도루(549개) 역시 KBO리그 최다 기록 보유자다. 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3루타는 역시 통산 100호 달성 순간이었다. 우리(키움의 전신) 소속으로 2008년 10월 3일 목동 두산전에서 터졌다. 

 

“야구에서 3루타가 제일 짜릿하다”는 그는 “3루타 치는 게 정말 어렵다. 빠른 발은 기본이고, 장타력을 겸비하면서 센스 있는 주루 능력과 한 발 더 내디딜 줄 아는 도전 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은 정수빈의 도전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3루타 100개째를 작성한 지도) 벌써 17년이 흘렀다. 불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어차피 깨질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어 정수빈을 향해 “선수 생활 내내 ‘허슬플레이’의 대명사로 통하지 않았나. 그런 선수가 내 기록을 넘어선다면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웃었다. 지난해부터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있다. 전 위원은 “3루타 기록 경신에 의지가 있더라. 수빈이가 가끔 하소연하면 나는 ‘할 수 있다’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얘기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레전드의 시선은 이제 후배의 발끝으로 향한다. 전 위원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관리와 꾸준함을 꼽았다. “기록에 도전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몸 상태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주전으로 15년 이상 뛸 체력과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결국 자기관리가 철저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부상 조심, 그게 첫 번째”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바람도 분명하다. 특히 정수빈과 현역 선수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인 외야수 박해민(LG·453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팔팔할 때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웃음). 둘 다 자기 관리 잘하는 스타일이라 걱정은 없다. 나를 넘어서기 충분하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기록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애정어린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전 위원은 끝으로 “수빈이를 비롯해 후배들이 언젠가 내 기록을 깬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 ‘전준호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더 큰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는 메시지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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