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연장 혈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포천에서, 올해도 박현경이 짜릿한 드라마를 꿈꾼다.
21일부터 나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이 펼쳐질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 487야드짜리 18번 홀(파5)에는 여전히 지난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박현경, 윤이나, 박지영의 4차 연장 접전이 뿜은 긴장감이 서려 있다.
짜기라도 한 듯이 1차 연장 동반 버디와 2차 연장 동반 파가 쏟아졌다. 3차 연장에서야 첫 탈락자가 나왔다. 5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는 불운에 주저앉은 박지영이었다. 이어진 4차 연장, 이번에는 윤이나의 4m 버디 퍼트가 홀을 훑었다. 경쟁자들이 쇼트게임에 고개를 떨군 틈에 박현경은 여유 있는 버디를 낚아 약 80분의 연장 승부를 해피엔딩으로 물들였다.
짜릿한 추억을 품은 박현경은 그 기세를 살려 올해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투어 통산 8승에 빛나는 그는 KLPGA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유일한 타이틀 방어(2020·2021년)를 빚었다. 이번 기회로 또 하나의 2연패를 바라본다.
지난해 3승으로 날아올랐던 그는 올 시즌 E1 채리티 오픈(5월)이 유일한 우승이다. 최근 페이스가 특히 주춤한다. 이달 치른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각각 공동 53위와 컷 탈락에 그쳤다. 반전 발판이 절실하다.
박현경은 “골프는 늘 좋은 성적만 낼 수 없다. 때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극복해야 할 시기가 온다”며 “최근 강점이었던 아이언샷이 원하는 만큼 올라오지 않아 아쉽다. 포천힐스CC는 정확한 샷 메이킹과 코스 공략이 중요하다. 집중해서 감을 올리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이어 “지난해 우승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4차 연장 세컨드 샷이 완벽하게 맞아 투온에 성공했을 때 감정은 숨길 수 없을 만큼 벅찼다”며 “디펜딩 챔피언으로 무대에 다시 서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타이틀 방어를 하면 좋겠지만, 우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조연에 그쳤던 박지영도 다시 출사표를 던진다. 그는 “그때는 맹장 수술 직후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올해는 샷 감이나 컨디션도 다 좋다. 퍼트만 살아나면 된다”며 “아직 올 시즌 우승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첫 승을 노리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또 다른 조연 윤이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로 나서지 않는다.
홍정민의 이름도 주목해야 한다. 직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버디 31개를 엮은 29언더파 259타의 엄청난 스코어카드로 트로피를 들었다. 역대 KLPGA 투어 72홀 최저타, 최다 언더파 기록을 모조리 경신하는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시즌 2승의 그는 이 부문 단독 1위 이예원(3승)을 향한 추격도 이어간다. 홍정민은 “신기록을 세우고 맞이하는 2주 연속 우승 도전이라 감회가 새롭다. 시즌 3승은 아직 어색한 단어지만, 집중해서 도전해보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이 외에도 이대로 밀릴 수 없는 ‘전반기의 지배자’ 이예원이 시즌 4번째 승리를 노린다. 이 대회 2연패(2022∼2023년)를 기록한 박민지는 타이틀 탈환과 함께 KLPGA 통산 20승 도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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