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찾아온 기회, 꽉 움켜쥘 수 있을까.
8월 시작과 함께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2025시즌 개막전 외야를 지켰던 3명 전원이 전력에서 이탈한 프로야구 KT 얘기다. 김민혁과 배정대는 각각 손목, 발목 부상으로 빠졌고, 시즌 내내 극도의 부진에 시달린 멜 로하스 주니어는 끝내 방출됐다.
건물로 치면 뼈대를 이루는 ‘골조’와 같은 존재들이다. 팀도 덩달아 휘청일 수 있을 터. 이강철 KT 감독은 “외야가 없다. 다 아픈 상황”이라고 속 타는 마음을 표현할 정도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이름이 장진혁이다. 주전 외야수 3명이 모두 빠진 8월 들어 타격감이 바짝 올라왔다. 이 시기 9경기서 타율 0.292(24타수 7안타) 1홈런이다. 특히 13일 기준 직전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 결승타 두 차례 포함 4안타 4타점 1볼넷 등을 작성한 바 있다.
수장도 기세를 이어가길 바란다. 우천으로 취소된 이날 수원 LG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만큼 팀의 신뢰를 받고 있다.
장진혁은 지난 스토브리그서 한화로 향했던 투수 엄상백의 자유계약선수(FA) 반대급부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곧장 스프링캠프를 거쳐 ‘제4외야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다만 시범경기 때 불운의 옆구리 부상을 겪어 개막 엔트리 제외 등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1군과 퓨처스팀(2군)을 오갔다. 전반기 동안 44경기 타율 0.217(69타수 15안타)에 머무른 배경이다. 선수 본인도 “이적 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동안 많이 답답했고, 여전히 그런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타석에 서면 생각도 많고, 심리적으로 쫓기는 듯싶었다”는 게 장진혁의 설명이다.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부상 이탈도 그를 흔들리게 했다.
비로소, 조금씩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백업이었던 장진혁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는 건 팀의 계획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는 뜻이다. KT는 실제로 8월 외야 붕괴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지난 9일 수원 삼성전 2회 말 1사 1, 2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루이스 가라비토의 초구를 때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렸다. 이적 후 첫 홈런이자 약 1년 만에 터진 아치였다. 이튿날에도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하루 뒤 10일 삼성전 역시 2회 2사 2루서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적시타를 터뜨리며 이틀 연속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장진혁은 매력이 많은 외야수다. 수비 범위가 넓고, 강한 어깨를 갖췄다. 베이스러닝 능력도 좋다. 플러스급(+) 주자 역량을 보여준다. 이 와중 타격이 의문부호다. 더 꾸준하게 진가를 증명해야 하는 위치다. 스스로도 “어떤 기회든 꼭 살려서 팀에 많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후반기 순위 경쟁은 살얼음판이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놓는 순간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부지기수다. KT(6위·54승4무53패)도 이를 악문 채 상승 곡선을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외야진 사정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장진혁이 맡게 될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난세가 영웅을 부르고, 영웅이 난세를 부른다’는 격언처럼, 팀의 새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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