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떠난 소년 소녀들의 떼창
“우리의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최정훈·김도형)가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앙코르 콘서트 ‘모든 소년소녀들 2125’를 매진시키며 화력을 입증했다.
분당 스쿨밴드에서 홍대 버스킹, 국민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딱 11년이 걸렸다.
잔나비와 JF가 만든 기적. 무대의 크기는 변했지만 진정성은 그대로다. 최정훈과 김도형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했다. 오후 2시부터 공연장 주변을 가득 채운 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
기대감으로 가득한 눈동자와 만면에 가득한 웃음, 손에 쥔 슬로건들.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이들은 일상을 벗어나 ‘소년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타임머신 돌린 셋리스트…팬들도 울컥, 떼창은 필수
“큰 공연장에 입성해서 좋다는 게 아니라, 더 좋은 환경에서 JF에게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최정훈)
“이 마음을 공연으로 표현하겠습니다. 눈물이 잘 없는데, 오늘은 말만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김도형)
판넬을 만들고 홍보하던 무명 시절부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음악 하나만 보고 버텼다. 두 사람의 떨리는 목소리가 잔나비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성공의 크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대신 더 나은 음악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에 대한 기쁨을 나눈다. 모두가 잔나비를 사랑하는 이유다.
번쩍이는 번갯불 완장을 찬 두 사람. 무려 40여 곡을 3시간 30분에 걸쳐 선보인 이날 공연은 잔나비의 음악적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회고전이었다. “저희는 멘트보다 연주 솜씨가 낫다”는 말과 함께 내달렸다. 객석에 앉을 틈 없이 없다. 떼창을 하느라 바쁘다.
곡마다 타임머신을 돌린 듯 두 아티스트에게 집중된다. 홍대 버스킹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과 초기 곡들부터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로 대중적 사랑을 받게 된 전환점,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무대 연출도 백미다. 청춘영화 재질의 두 사람을 담아내는 모니터는 글씨 폰트와 화면 질감까지 신경썼다.
◆변하지 않기 위해 변해온 시간들
무대 위의 잔나비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더 단단하고 한층 더 여유롭다. 이는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한 성장이다. 홍대 인디씬에서 시작해 흔히 탑100으로 불리는 주류 음악계로 스며든 후에도 이들이 지켜온 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태도와 팬들과의 진솔한 소통이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 트렌드를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애쓴 시간이 지금의 잔나비를 만들었다. 방향과 뜻을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으로 곁에 있겠다는 약속
그들의 바람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추억에 젖어 미소 짓는 얼굴들에서 확인된다. 10대부터 50대까지- 친구, 연인, 모녀, 모자, 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함께 하는 몇 없는 공연장이다.
잔나비의 음악이 삶의 동반자가 되었음을,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팬들의 표정이 이를 보여준다.
“우리의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말은 관객이 잔나비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었던 인사가 아니었을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온 이들에게, 우리의 일상에 사운드트랙을 제공해온 이들에게. 그렇게 잔나비와 팬들의 ‘여정’은 또 하나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냈다. 장하다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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