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2번의 미지명&2번의 대학생활’… 父 사랑으로 버틴 NC 손주환 “매번 절 잡아주신 아버지, 이제 훈수도 두세요”

입력 : 2025-05-27 15:27:07 수정 : 2025-05-27 15:27:0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NC 손주환이 피칭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이 일으켜 세운 자랑스러운 아들, 손주환(NC)의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프로야구 NC의 우완 투수 손주환은 올해 공룡군단 히트상품이다. 깜짝 개막 엔트리 승선을 시작으로 23경기 4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78(22⅔이닝 11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개막 1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잠깐의 실패가 이어졌지만, 이달 들어 다시 9경기 무실점 행진이다. 물음표로 출발한 그의 이름에는 필승조라는 굵직한 타이틀이 붙었다.

 

◆현실의 벽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5순위로 NC에 지명됐다. 세간의 관심을 받기엔 모자란 순번이지만, 기적 같은 지명에 닿기까지 그가 견딘 눈물겨운 야구 인생을 되짚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구도(球都)’ 부산에서 자랐지만, 사실 야구를 잘 모르는 어린이였다. 손주환은 “어렸을 땐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사회인 야구를 하시면서 그냥 공을 던지고 치게 시키셨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고 웃는다. 취미로 시작해 중학교 진학 시점에서야 본격적인 선수를 꿈꿨다. 너무 늦은 시작 때문일까. 체구도, 실력도 쉽게 자라지 않았다. “콜이 오는 (고교)팀이 없었다”는 그의 회상에 경남고, 부산고 같은 명문 팀과 연이 닿지 않았던 이유가 담겼다.

 

NC 손주환이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그나마 자신의 가능성을 봐준 부산정보고에서 꿈을 키웠다. 이번에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이 발목을 잡았다. 손주환은 “해외 전지훈련을 가야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가정 형편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런 사정을 고려해 부모님과 상의 끝에 당시 해외 훈련을 가지 않던 신생팀 물금고로 전학을 택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야구는 물론 자신을 가로막는 차가운 현실에 좌절한 어린 투수는 수도 없이 포기를 되뇌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아버지의 격려가 그를 붙잡았다. 아들을 향한 묵묵한 뒷바라지도 여전했다. 손주환은 “야구하고 오면 아버지를 볼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일을 더 늘리셨다. 매일 내가 자는 새벽에서야 집에 들어오셨다”는 애틋한 기억을 소환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오뚝이처럼

 

야속하게도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처음 나아간 2019 KBO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좌절감이 또 스며들었지만, ‘한 번 더’를 외쳤다. 아픔을 안고 수성대로 진학해 2년 후 재도전을 택했다. 또 낙방이었다. 게다가 수도권 구단 육성 선수 테스트에도 떨어졌다. 잇따른 실패, 그의 의지가 정말 바닥을 향해갈 때였다.

 

“그때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고, 진짜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는 그를 또 아버지가 “할 수 있다”는 말로 잡아세웠다. 빚까지 내가며 뒷바라지해 주는 아버지를 위해 다시 마음을 잡았다. 두 번째 대학 생활이 이어졌다. 고맙게도 손을 내밀어준 동아대 야구부에 들어가 다시 공을 잡은 것.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며 다시 구슬땀을 흘렸고, 그 끝에 기적 같은 지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의 NC 손주환이 자리하게 된 길고 긴 서사였다.

 

NC 손주환이 지난해 열린 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사실 지금도 내 뒤에 있는 야수들의 이름을 보고 있으면 현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그 자체로 큰 동기부여이고 행복이다”고 웃는다. 아버지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밥값을 하니까 아버지도 일을 많이 줄이셨다. 경기도 다 챙겨보신다. 시즌 초만 해도 ‘지금처럼만 해’라고 하시다가 이제는 ‘공이 좀 날린다. 변화구 낮게 던져라’라고 하신다. 확실히 사회인야구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훈수까지 하신다”는 부자(父子)의 에피소드에 아버지의 행복이 가득 담겼다.

 

손주환도 “아버지가 전형적인 부산 남자라 평소에 티는 안 내시는데, 아들인 내가 보기에는 정말 좋아하시는 듯하다. 든든하게 버텨주신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더 큰 행복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지금이 잠깐의 반짝거림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아버지의 자부심으로

NC 손주환이 팀 내 4월 월간 투수 MVP로 선정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나아갈 일만 남았다. “생각보다 1군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고, 자주 던지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생긴다”고 밝은 표정을 내비치면서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손주환은 “아직 (필승조) 붙박이라고 하기는 그렇다. 그저 매 순간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애 처음으로 소화하는 빡빡한 1군 일정에 적응하는 것도 숙제다. 그는 “확실히 다르긴 하다. 못 던질 정도는 아니지만,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긴 하다. 원정 생활이 길어서 그런 것도 있다”며 “예전부터 형들이 원정에서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진짜로 체중이 3∼4㎏ 빠지긴 했다. 의식적으로 더 챙겨먹으려고 한다. 일단은 전반기까지 버텨보는 게 목표”라고 웃었다.

 

무자책점 행진이 끊겼던 지난달 말 연속 실점의 경험도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그는 “많이 배웠다. 그때 던지는 걸 보면 내가 초구를 너무 못 잡았다. 매번 볼로 불리하게 출발하면서 결과가 꼬였다”며 “더 자신 있게 던지자는 생각만 했다.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다. 칠 테면 쳐봐라’는 마음을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산전수전 겪은 그에게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는 “예전에 있었던 실패들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매번 절 잡아주신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그 정도로 무너질 수는 없다. 앞으로도 언제나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띄워 보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