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우 형만 믿고 던졌어요.”
프로야구 KT 투수들의 입버릇이다. 선발부터 불펜까지 하나같이 한목소리다. 그렇다고 자동처럼 튀어나오는 상투적인 말은 아니다. 표현의 결은 달라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까닭이다.
KT는 25일 기준 1군 엔트리에서 장성우와 강백호, 조대현 등 3명의 포수를 활용 중이다. 다만 주전인 장성우의 출전 비중이 상당히 높다. 2025시즌 현시점 371⅓이닝을 소화, 포수 수비이닝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백호의 경우 올 시즌부터 포지션 변경을 제대로 시도하고 있는 만큼 실전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단계다.
실상 ‘2.5포수’ 운용에 가깝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비 역할이 장성우에게 거듭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매 경기가 그만큼 타이트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장성우를 향한 신뢰를 숨기지 않는다. 수장은 한결같다. “장성우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간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단순한 찬사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동료 투수들의 믿음이 두텁다는 걸 재치 있게 표현한 대목이다.


KT 마운드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해 한화(3.35)에 이어 이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조력자의 이름으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선수가 장성우다. 전략데이터팀이 제공한 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경기의 맥을 읽어내는 노련함까지 더해져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롱릴리프 자원 조이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올 시즌 팀이 필요할 때마다 대체선발로 나와 호투를 펼친 그는 “(장)성우 형이랑 경기 전 전력분석 미팅을 하는 게 실제 투구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수치에 기반해서 던지면서도 경기 중 변수가 생기면 (성우 형이) 좋은 방향으로 투수를 이끌어준다. 그러니 믿고 던질 수밖에 없다”고 미소 지었다.
KT의 왼손 에이스 오원석 역시 “성우 선배가 사인을 내면 의심의 여지 없이 던진다”며 “리드를 100% 신뢰한다. 그 순간에 필요한 사인이 절묘하게 나오니까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내 공에 대한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설명했다.


필승조 핵심으로 떠오른 2년 차 원상현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체인지업 비율을 늘리도록 자신감을 준 게 성우 선배님이었다. 본래 결정구인 커브는 꼭 중요한 순간에만 던지자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시즌 초 불안했던 투구가 안정을 찾기 시작한 시점 역시 장성우와의 호흡이 본격화된 이후였다. 데뷔 시즌을 딛고 한층 발전 중인 원상현은 “경기를 풀어가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포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가장 바쁜 포지션 중 하나다. 타자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그 이상을 해내야 한다.
장성우는 여기서 숫자와 감각의 앙상블을 오갈 줄 아는 능력까지 겸비했다. 수치에만 기댄다면 미세한 타이밍을 놓치고, 감에만 의존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경계를 넘나들며 투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성우가 매일같이 마스크를 쓰고 해내고 있는 일이다. 올 시즌 KT 마운드가 유독 단단해 보이는 이유, 장성우의 두터운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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