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안녕하세요, 하이보이즈입니다!”

지난 22일 Mnet의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7인조 보이그룹의 인사다. 이들은 히트곡 ‘그날이 오면’으로 무대를 꾸민 것은 물론 MC들과 대기실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다른 아이돌과 다를 바 없는 활동을 마쳤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반응은 폭발적이다. 무대 조회 수는 유튜브 공개 3일 만에 180만을 돌파했고, 인터뷰 또한 40만 조회 수를 넘겼다. 방송 출연에 특히 관심이 쏠린 이유는 하이보이즈가 실제로 활동하는 게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하이보이즈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등장하는 가상의 보이그룹이다. 드라마 주인공 중 한 명인 엄재일(강유석)이 과거 아이돌 멤버 엄제이로서 활동한 이력이 주요 서사로 그려졌다.

2011년 데뷔한 7인조 아이돌 그룹 하이보이즈는 데뷔곡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갑작스럽게 해체됐다는 설정이다. 드라마 속 엄재일은 전공의가 된 뒤에도 과거 아이돌 경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동료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하이보이즈에는 현실의 아이돌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 연준이 각각 멤버 디아이, 탑키로 분했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설정을 구체화시키고 현실감을 더한 장치다. 응원법이나 인사 영상 등 실제 아이돌 활동과 유사한 콘텐츠도 다수 제작돼 몰입도를 높였다. ‘아이돌에 이정도까지 진심이라니’라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나온 이유다.

이들이 드라마 OST로 부른 ‘그날이 오면’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퍼포먼스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강유석이 드라마 안팎으로 활약한 덕에 작품 자체의 화제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드라마 속 가상의 아이돌은 팬들에게 이제 익숙한 그림이다. 극 중에서만 존재하던 아이돌 그룹이 실제 음원 발매와 음악방송 무대까지 장악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의 서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새로운 방식으로 K-팝 산업과 결합해 드라마의 화제성을 높이고 팬덤까지 확보한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사계의 봄’은 극 중 K-팝 최고의 인기 밴드 더 크라운의 멤버 사계(하유준)가 주인공이다. 더 크라운은 사계가 리더로 활약하며 데뷔와 동시에 화려한 성공을 거뒀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더 크라운의 무대와 OST는 주인공 사계와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현실감을 더했다. 하유준이 부른 OST ‘파이어(FIRE)’는 아티스트명이 더 크라운으로 표기돼 발매됐다.

지난해에는 tvN ‘선재 업고 튀어’에서 가상의 밴드 이클립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클립스는 주인공 류선재(변우석)가 보컬로 활동하는 4인조 밴드로 극 중에서 대형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인기 밴드로 그려졌다.

변우석과 함께 엔플라잉의 이승협, 르씨엘의 문시온, 오메가엑스 양혁 등 실제 가수들이 이클립스 멤버로 분했다. 이들은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고 드라마 OST도 직접 소화해 밴드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드라마 팬들은 실제로 이클립스의 완전체 무대와 콘서트를 요청할 만큼 이클립스를 향한 몰입도가 높았다. 변우석은 드라마와 캐릭터 인기를 그대로 본인의 팬덤으로 흡수해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2023)에서는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가 가상의 걸그룹 드림스윗의 메인보컬 이두나로 분해 다수의 OST 가창과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OST와 무대 영상 등은 수지의 이름이 아닌 극 중 이름 이두나로 표기될 정도로 세계관 몰입을 유도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