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께서 원하시는 거잖아요. 저도 당연히 욕심이 생깁니다.”
신예 외야수 안현민(KT)이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5시즌 프로야구가 ⅓가량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신인왕 레이스 선두권에 올라 있다. 5월 초 혜성처럼 나타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많은 이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20일 기준 19경기 출전, 타율 0.348(69타수 24안타) 7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184에 달한다. 더 놀라운 건 부담스러울 법한 신인왕 관련 질문에 망설임 없이 술술 답한다. “선수는 팬이 원하면 해야 하는 존재”라며 그 목표를 향해 성실히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막내 구단 KT는 2015년 1군 무대 합류 이후 두 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포수 강백호(2018년)와 우완 소형준(2020년)이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해 두각을 드러냈다. 이 계보를 이어 나갈 세 번째 이름으로 안현민이 떠오르고 있다.


2003년생인 그는 프로 4년 차다. 현시점 프로야구 간판스타로 거듭난 내야수 김도영(KIA)과 드래프트 동기다. 육군 취사병으로 군 복무를 빠르게 마치고, 지난해 1군 데뷔에 성공했다. 당시 29타석만 소화한 안현민은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유지했다. 규정상 입단 당해연도를 제외한 5년 이내 선수 가운데 30이닝 이하를 던진 투수와 60타석 이하를 소화한 타자는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다.
구단 내부서도 기대감이 무척 크다. KT의 한 관계자는 “올 시즌 활약이 놀랍지 않다. 터질 선수가 터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강철 KT 감독도 마찬가지다. 경기 전 웨이트장에서 안현민을 마주칠 때마다 “무거운 건 들지 마라. 그러다가 다친다”며 노심초사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특유의 다부진 체격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를 합친 무게, 이른바 ‘3대 운동’에서 600㎏대까지 찍었다. 안현민은 “힘의 원천은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이다. 그래도 시즌 중엔 몸 관리를 위해 무작정 과한 운동은 피하고 있다. 지금은 적합한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하는 중”이라고 웃었다.


장타력에 시선이 쏠리지만, 선수 본인은 홈런 숫자보다 OPS를 더 중요한 지표로 본다. “30홈런 OPS 0.800보단, 20홈런 OPS 1.000이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동경하는 선수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OPS 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인데, 그 별명(‘한국의 트라웃’)으로 불러주시는 게 기분 좋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중압감도 정비례한다. 안현민 역시 이를 느끼고 있다.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마음가짐을 재차 되새긴다. “조급함보단 여유로움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만에 마법사표 신인왕이 나올 수 있을까. 현시점 경쟁 구도를 보면 좌완 송승기(LG)가 최일선에 선 유력 후보로 꼽힌다. 9경기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20(50⅔이닝 18자책점)을 기록했다. 연일 두터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안현민도 못지않은 저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출사표를 던진다. 그는 “팬들께서 정말 간절히 원하신다는 걸 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선수로서 너무 당연한 일이다. (소)형준이 형의 뒤를 잇고 싶다. 과한 욕심은 피하면서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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