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가 마침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5시즌 프로야구 구도가 예년과는 사뭇 다른 그림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초반 잇따른 부상 악재로 주춤했던 KIA가 4연승 질주를 내달리며 상위권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일 기준 LG(30승16패)와 롯데(28승2무18패), 한화(28승18패)가 나란히 상위권 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엘롯한’의 3강 체제가 그려지는 모양새다. 방심은 금물이다. 조용히 반등의 기회를 엿보던 디펜딩 챔피언 KIA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KIA는 SSG와 함께 22승22패로 승률 5할을 맞추며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9위까지 추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내야수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이 컸다. 개막전부터 간판스타를 잃더니 박찬호(무릎)와 김선빈(종아리) 등 내야 주축들이 차례로 빠졌다.
이들이 돌아온 뒤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외야수 나성범이 4월 말 종아리를 다쳤고,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 역시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5선발 황동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는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전반기 내 복귀가 어려워 보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 완전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은 전력으로 최대한의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심에 선 건 팀의 맏형이자 베테랑 타자 최형우다.
올해로 42세가 된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절정의 기량을 자랑 중이다. 올 시즌 42경기 출전해 타율 0.319(144타수 46안타) 7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가 0.990에 달한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그보다 높은 OPS는 박동원(LG·1.036)과 르윈 디아즈(삼성·1.022) 둘뿐이다. 부상을 털어낸 뒤 실전 감각을 빠르게 회복한 김도영(OPS 0.898)과 박찬호(0.723)도 공수 양면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흔들렸던 뒷문에선 마무리 정해영이 기둥 역할을 맡고 안정화에 나섰다. KIA의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5.81(150⅓이닝 97자책점), 최하위 키움(6.65)보다 한 계단 앞이다. 특히 5월 들어 전상현(9경기 6실점)과 조상우(9경기 7실점) 등 필승조가 휘청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정해영의 경우 이달 한 차례 블론세이브를 내주긴 했지만, 최근 10경기 등판서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2자책점) 성적을 작성했다. 앞서 13일 광주 롯데전부터 17일 광주 두산 더블헤더 경기까지 한 주에만 세이브 4개를 수확하며 구단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현시점 통산 134세이브를 수확한 그는 ‘전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132개)을 넘어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로 우뚝 섰다.
전준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모든 이가 개막 전부터 KIA를 절대 1강으로 여겼다. 하지만 부상 악령과 불펜 불안으로 시즌 초 흔들린 게 있다”며 “지금은 회복세다. KIA의 상승세에 따라 상위권 윤곽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마라톤으로 치면 4분의 1가량, 한 10㎞ 온 상황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순위는 KIA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아올 선수도 많고, 더 치고 올라설 저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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