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이별을 고한다. 슬픔 대신 좋았던 추억만 안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조총련계 재일교포 3세로 북한 대표팀, K리그에서 활약했던 안병준이 수원FC와 공식적인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1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14라운드에 앞서 안병준의 은퇴식이 열렸다. 안병준은 홈원정 할 것 없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안병준!’이라는 연호 속에 아들 안용찬과 함께 시축에 나섰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수원FC에서 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제 은퇴했으니 여기 계신 수원FC 팬들처럼 팀을 사랑하고 응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특한 이력으로 K리그 입성 전부터 시선을 모았다. 1990년 일본에서 태어난 안병준은 2011년 북한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데뷔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 등에 참가했다. 2017년 동아시안컵 대회까지 8경기에 나섰다. 2013년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서 데뷔했고, 2019시즌 K리그2에 있던 수원FC와 인연을 맺으며 K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수원FC의 레전드다. 안병준은 2020년 수원FC에서 21골, 2021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23골을 터트려 2년 연속 K리그2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특히 2020년엔 경남FC와의 승격 플레이오프(PO)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어 수원FC가 5년 만에 1부로 승격하는 데 앞장섰다. 부산과 수원 삼성을 거친 뒤 지난해 친정인 수원FC에 복귀했고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K리그 통산 158경기 69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안병준의 은퇴식이 대전전에서 열린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옛 동료이자 친정팀을 상대하러 온 마사(대전)의 요청이 있었던 것. 승격 듀오였던 둘은 줄곧 친분을 이어왔고, 그라운드서 작별 인사를 하는 특별한 서사까지 남겼다.

지난 시즌 직접 안병준을 영입했던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안병준을) 한국에 왔을 때부터 지켜봤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라며 “작년에 무릎이 워낙 안 좋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젊었을 때 만났더라면, 작년에 했던 스트라이커 고민을 한방에 떨쳐줄 수 있지 않았을까. 병준이도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수원FC는 이날 선두 대전에 3-0으로 승리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선제골을 넣은 최규백은 “(안병준은) 레전드 아닌가. 골도 많이 넣으셨다. 경기 전에 악수를 한번 했는데, 내가 그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면서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 자주 응원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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