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챔피언은 LG입니다!”
28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최고의 무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LG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처음이라는 역사를 쓰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1997년 창단한 LG는 무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코트를 누볐다. 2000~2001시즌과 2013~2014시즌 준우승, 지난 두 시즌 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무대를 밟지 못했다. 우여곡절 속 마침내 이뤄낸 창단 첫 우승. 드디어 챔피언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원팀으로 뭉쳐 하늘에 있는 별을 땄다. LG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른 SK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프 7차전서 역전과 동점이 반복되는 박빙 승부 끝에 62-58로 승리했다. 챔프전 3연승 후 3연패, 벼랑 끝에서 결국 1승을 더 챙긴 LG는 4승3패로 기나긴 여정을 정상에서 마무리했다.

에이스 한 명의 미친 활약이 아닌 모두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양준석과 유기상은 젊음의 패기를 자랑했고,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는 골밑을 지켰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팀을 지탱해 온 베테랑 허일영은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연거푸 3점슛을 꽂으며 이날 경기에서 누구보다 빛났다. 특히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한 유기상은 경기 종료 38초 전 결정적인 가로채기와 이후 대담한 자유투로 승리를 지켰다. 조상현 LG 감독은 “팀을 위해 (허)일영이가 잘해주고 양준석, 유기상, 정인덕, 타마요 같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오늘의 결과가 나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반전 드라마다. LG는 올 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 명단에 없었다.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았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더 심각했다. 주축 외국인 선수 마레이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모든 플랜이 흔들리면서 8연패의 늪에 빠졌다. 결국 9위까지 하락했다.
무너지지 않았다. 조 감독은 밤낮없이 더 효과적인 수비 전술을 고민했고, 차세대 에이스 양준석과 유기상 등에게 더 확실한 기회를 부여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었다. 수습에 성공한 LG는 빠르게 승수를 쌓으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렸고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2위 싸움에서도 살아남았다. 기세가 좋았다. 4강 플레이오프(PO)에서도 현대모비스를 만나 스윕을 거뒀다. 조상현 체제에서 첫 챔프전 진출을 이뤘다.
위기의 그림자는 한 번 더 LG를 찾았다. 시작은 좋았다. LG는 SK와의 챔프전서 1~3차전을 연속으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승만 추가하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후 속절없이 무너졌다. 3경기 연속 패배로 한국농구연맹(KBL) 최초 리버스 스윕(역싹쓸이)의 조연이 될 위기까지 몰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규리그 9위에서 2위까지 올랐던 투혼을 다시 발휘했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뛰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팀을 상징하는 노란 물결이 코트를 감쌌다. ‘세바라기(LG 팬)’는 번쩍 일어나 뜨겁게 환호했고, 금빛 축포가 터졌다.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들어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했다. 시리즈 동안 겨우 2~3시간 잠을 청하며 걱정과 고민의 밤을 지새웠던 조 감독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우승 감독에게만 주워지는 영광의 권한, 림 그물을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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