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창적인 세계관과 화려한 색감으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그 감동을 현실 공간으로 옮겨온 전시가 최근 국내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라이브 콘텐츠 전문기업 웨이즈비와 갤러리 덕스(DUEX)의 운영사인 덕스앤덕스 임헌란 대표이사가 있다.
전시의 상업성은 물론 예술성과 IP 팬심까지 모두 아우르며 탄탄한 기획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헌란 대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문화 체험의 확장’을 지향한다. 사람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기억에 남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철학을 들어봤다.
◆20년된 웨이즈비, 홍보마케팅 이력이 자산
웨이즈비는 콘서트, 뮤지컬, 전시, 이벤트 등 라이브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는 기업이다. 2004년 설립 후 현재까지 20여년간 100여편의 대중가수 라이브 콘서트, 100여편의 크고 작은 라이브 이벤트의 제작과 연출을 진행했다. 전시 분야에서 특히 노하우를 쌓고 있다. 원피스, 도라에몽, 진격의 거인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초대형 전시부터 너의 이름은 등 애니메이션 원화전까지 최고 인기 콘텐츠를 전시로 선보인다.
임 대표와 웨이즈비의 인연은 ‘팬 양의 버블쇼’(2009)라는 공연에서 시작됐다. 홍보 대행사를 창업해 운영하던 시절 웨이즈비의 첫 공연이었던 팬 양의 버블쇼 홍보 의뢰를 받았고 이를 인연으로 회사를 통합했다.
임 대표는 “이후 대학로 연극, 뮤지컬, 해외 내한 공연, 어린이 뮤지컬 등 꽤 많은 공연의 홍보를 진행했다”며 “웨이즈비는 공연장·테마파크 운영, 전시 분야로 범위를 확장했고, 특히 전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만화, 애니메이션 전시가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시기에 애니메이션 IP 전시를 열며 관련 사업을 개척했다”고 소개했다.
홍보·기획마케팅에 오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전시장에서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관객은 어떤 평가를 하는지 습관적으로 살펴본다. 어떻게 하면 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도 늘 고민한다.
임 대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홍보마케팅 업무를 오랫동안 했다. 홍보 대행사에 취업해 업무를 익혔던 것이 밑거름이 돼 창업도 했고, 지금까지 쌓아온 언론 홍보, 제휴마케팅, 광고, 온라인 홍보까지 모든 일이 지금 사업을 위한 자산”이라며 “전시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홍보 포인트로 잡으면 좋을까 늘 생각한다. 지난해 강철의 연금술사 전시에서는 주인공 알과 알폰스 형제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금기된 인체 연성을 시도한 날인 10월3일을 키워드로 잡아 티켓오픈 공지를 10월3일에 했다. 당시 센스있는 기획으로 팬들에게 어필이 됐다”고 웃었다.

◆마니아 전시 사업 급성장, 日 애니 IP에 집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얼어붙었던 국내 전시 산업이 앤데믹 전환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문화 생활에 대한 소비 심리가 다시 살아나면서 미술관·전시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체험형 전시와 인기 IP를 활용한 테마형 전시가 새로운 전시 문화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대중적으로 검증된 IP를 활용한 전시가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전시뿐 아니라 굿즈 판매, 팝업스토어 등 부가 사업과도 연계돼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든다.
웨이즈비는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갖추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길어진 방콕 생활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대중화되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팬이 유입되고 있다.
임 대표는 “전시 사업은 만화, 애니메이션, K-팝, 컨템포러리 아트 등 나름 범위를 넓게 잡고 있지만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에 젊은 층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체감해 이 분야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전시를 올리는 선별 기준은 IP의 인기도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경우 OST 챌린지 열풍이 불었을 만큼 인기였고 도쿄리벤저스 역시 소년 만화로서 타임립스를 통한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들의 강렬함이 인기 요소였기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외 IP이기 때문에 따르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임 대표는 “원작사가 해외에 있어 감수의 과정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번역 표현에 한계가 있어 설명이 길어지기도 한다”며 “해외 IP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외국어를 모르는 관객도 전시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도쿄卍리벤저스전의 경우 일본어 원화 옆에 한국어로 번역된 축소판 원화를 부착했고 TV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전은 애니 속 오리지널 일본 성우가 직접 전시를 설명해 주는 음성 가이드에 한국 자막을 추가한 오디오 가이드 어플을 제작해 서비스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부족한 현실에 ‘덕스’ 개관
대관 공간이 부족한 현실은 애니메이션 전문 전시장 덕스의 개관으로 해결했다. 국공립 전시장은 대관 심사가 매우 까다롭고, 기본적으로 순수예술 분야를 우선으로 한다. 민간 갤러리의 경우는 서울 시내에 200평 이상 대관 가능한 장소가 30여개 뿐이다.
웨이즈비는 지난해 6월 덕스 홍대 1관(LC 타워 B3), 12월 부산(서면 더샵센트럴스타 B1), 올해 1월 홍대 2관(LC 타워 B1)을 열었다. 덕스는 덕후의 ‘덕’과 전시(Exhibition)의 ‘EX’를 합성한 말로, 덕후들의 갤러리를 뜻한다.
임 대표는 “지난해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를 개관작으로 덕후들의 성지 홍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엔 1개 관만 운영하려고 했는데 좋은 IP의 전시 의뢰가 이어져 전시장을 확대했다”며 “전시장을 원하는 기간에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 공연, 전시 업계에 계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좋은 IP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시장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고 탄생 배경을 밝혔다.
고객 유입에도 효과를 봤다. 개관작이었던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는 4만장의 사전 티켓 판매를 기록했고, 전시 기간 동안 10만명이 방문했다. 임 대표는 “서울 전시장 위치를 홍대로 선택한 것은 MZ세대 직원들의 의견에 따랐다. 다른 지역에 좋은 조건의 후보지가 여럿 있었지만 저희가 진행하는 콘텐츠와 홍대라는 지역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20~30대가 주 연령대이고 외국인 관객도 꽤 많이 방문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덕스로 유입된 검색어 중에 1위가 ‘홍대 놀거리’였다. 덕스의 역사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홍대에 오면 덕스에서 전시 하나 보고 가야지 하는 인지도가 조금씩 쌓이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현재 덕스 1관에서는 도쿄卍리벤저스전이 6월29일까지 열리고, 2관에서는 TV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전이 6월8일까지 개최된다. 덕스 부산에서는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가 열리고 있다.

◆체험 전시 K-웹툰으로 확대
체험형 전시가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는 “요즘 MZ 친구들은 체험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보는 것에게 그치지않고 직접 만지고 듣거나, 그 세계관에 들어가 있는 듯한 판타지를 체험하길 원한다”며 “웨이즈비도 체험형 전시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진격의 거인전에서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벽 안 또는 벽 밖을 선택해야 했다. 어느 지점에서 둘은 만나게 되지만 선택에 따라 다른 전시물을 보게 됐다.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에서는 몇 명이 조를 이뤄 밧줄을 잡고 공포의 순간으로 들어가는 판타지를 제공했고, 도쿄卍리벤저스전에선 인기 캐릭터 드라켄의 복근을 조형물로 만들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적지 않다. 그는 “지금은 해외에서 제작된 전시를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 한국의 IP로 제작한 전시를 해외에서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인기가 심상치 않은 K-웹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만간 덕스에서 K-웹툰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덕스 전시장의 해외 진출도 목표다. 그는 “웨이즈비가 만든 전시를 해외에 자리한 덕스에서 개최하는 것이 바람이고,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