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승주 은퇴의 짙은 아쉬움, 그 안을 들여다볼 때다.
지난 24일 문을 닫은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막판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전격 현역 은퇴를 선언한 것. FA 대상자 중 유일하게 미계약에 그친 끝에 작별을 고했다.
개인의 결정이지만, 이대로 보내기 아까운 선수라는 걸 배구계 모두가 알고 있다. 한 배구인은 “이제는 나이상 베테랑으로 불릴 선수지만, 그 말은 또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당장 어느 팀을 가도 확실한 옵션으로 뛸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춘 선수”라며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공교롭게 라스트 댄스를 같이 춘 셈이 된 선배 김연경도 SNS를 통해 “조금 더 좋은 환경이었다면 (표승주가) 더 배구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더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한마디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력보강에 관심이 있던 팀들도 당연히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개장 초기에 특정 팀이 표승주 영입을 노린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하지만 영입 시 지급해야할 보상이 발목을 잡았다. 전 시즌 보수 3억원을 받은 표승주는 FA 시장에서 A등급으로 분류된 선수다. 그를 영입할 팀은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 선수 6명 외 한 명’ 또는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원소속팀에 지급해야 한다.
표승주의 실력이 탐나지만, 구단의 미래와 추가 금액까지 지불하며 데려오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수도권 구단 이적을 타진하던 표승주라 정관장의 의지와 별개로 잔류는 쉽지 않았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됐지만, 끝내 모두가 만족할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은퇴 엔딩에 닿았다.

V리그 FA 보상 체계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의 FA 제도가 유의미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KBL도 FA 이적 발생 시, 해당 선수의 전체 보수 서열에 따른 보상 체계가 존재한다. 다만, 보상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전 소속 구단에서 해당 자유계약선수와 재계약을 포기한 경우 △구단의 보상 선수로 자유계약선수를 지명해 이적한 경우 △전년도 또는 그 이전 계약 미체결 선수가 이적한 경우 △만 35세 이상(기준일: 매년 1월1일)의 FA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게 될 경우에는 보상 없이 FA 이적이 이뤄진다.
마지막 예외조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조항은 2013년 3월 13일 KBL 이사회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베테랑 선수가 보상 문제로 인해 FA 시장에서 미아가 된 후, 어쩔 수 없이 은퇴 선택지만 남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이 규정이 적용된 KBL의 사례가 바로 2023년 5월 이뤄진 오세근의 SK 이적이다. 데뷔부터 함께한 정관장(당시 KGC 인삼공사)을 전격적으로 떠나 새 둥지를 찾았다. 보상 선수가 없었기에 가능한 커리어 연장이었다. 그는 이번 2024∼2025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8분54초를 뛰며 3년 만의 팀 정규시즌 우승에 쏠쏠한 조연으로 빛났다. 표승주의 사례와 일정 부분 궤를 같이한다.

물론 쉽게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보상 허들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선수 영입전은 과열될 수 있다. 거칠게 일고 있는 배구 FA 시장의 ‘거품 논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가 “어떤 팀에서는 보상선수 시스템을 아예 없애자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건 돈 없는 팀은 리그 나가라는 말과 같다. 돈으로 선수 다 사 모으고 내주는 것도 없으면 애초에 드래프트는 왜 하는 건가”라며 난감한 마음을 드러낼 정도다.
하지만 ‘베테랑’으로 한정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FA 시장의 거품을 조금이라도 걷어낸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배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경쟁자가 없어서 몸값이 치솟는 상황이다. 실력을 보유한 베테랑들마저 시장에서 소외된다면 특정 선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FA 거품의 핵심은 공급이다. 전력 보강 옵션이 늘어야 한다. 아시아쿼터 도입도 그 이유였고, 외인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의 FA 제도는 보상 문제 말고도 너무 짧은 FA 재취득 기간 등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맞춘 시스템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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