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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토크] 하정우 감독, 배우 하정우를 말한다 ‘로비’

입력 : 2025-04-16 12:09:27 수정 : 2025-04-16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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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배우 하정우는 영화 로비의 연출·주연을 맡았다. 하정우는 “골프장에 오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 전 하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가 감독 하정우로 돌아왔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세 번째 메가폰을 잡은 영화 로비는 그의 시선과 감각이 더욱 단단해졌음을 증명한다. 골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블랙코미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기묘하게 비춘다. 무심한 듯 섬세한 유머, 평범한 듯 날카로운 통찰. 하정우표 연출을 기다리는 마니아가 생겨난 이유다.

 

쇼박스 사옥에서 만난 하정우는 살이 조금 빠져있는 모습. 지난 2일 개봉 직전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응급수술을 한 탓인 듯 했다. 하정우는 “잘 회복하고 있다. (시사회 날) 아침에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검사하러 간 건데 바로 응급 수술을 하게 됐다. 퇴원한 날 저녁에 바로 GV(관객과의 대화) 현장에 갔는데, 이건 약속이기도 하고 영화 흥행에 보탬이 된다면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외에도 각종 방송 홍보 활동은 물론, 무대인사까지 책임지고 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블랙코미디다. 극 중 창욱 역의 하정우는 “두 번이나 PT(프레젠테이션)해서 투자를 따냈다. 사실 처음엔 연출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투자사에서 ‘(주연은) 당신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주연을 맡게 된 비하인드를 밝혔다.

 

10년 만의 연출작이다. 2022년 처음 골프를 배운 다음,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내기 골프라는 소재에서 시작해 접대 골프라는 지금의 이야기까지 이어진 것. 골프장에 오는 사람들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면서 “일단 그곳에선 첫 인사가 ‘내가 오늘 몸이 안 좋다’라는 엄살이더라”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내기 골프는 보통 100원부터 시작을 하는데, 사람들이 이 100원에 목숨을 건다. 사소한 것 하나에 기쁘고, 화를 내고, 우울감에 빠지고, 세상을 잃은 기분을 표현한다. 평소엔 선비인데 골프채만 잡으면 극악무도하게 변하는 모습도 봤다”며 “저 역시 승부에 변해가는 걸 보면서 흥미로웠다. 이런 운동을 소재로 로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들면 블랙 코미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작품의 시작점을 짚었다.

 

이 영화의 미덕은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신에서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일까. 관객은 골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하정우부터 김의성·강해림·이동휘·박병은·강말금·최시원·차주영·박해수·곽선영 등 연기파 배우 10인이 연기 대잔치를 벌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정우는 “골프장이란 배경만 나오면 단조롭다. 이것을 상쇄하고 만회하기 위해서 많은 인물을 넣었나보다. 그리고 제가 호기심이 많고, 사람을 좋아한다. 이 멋진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한 컷이라도 나와서 떠들었으면 하는 애정이 있었다”라고 연출의 방향성을 돌아봤다.

 

전체 리딩만 10번, 장면 별로는 수십번 씩 리딩을 반복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수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산만함이 없다. 마치 톱니바퀴 맞물리듯 연극 무대처럼 흘러간다. 이에 대해서는 “제 대학 전공이 연극학이다. 시작이 연극 무대라 그 영향을 받은 거 같다”며 “캐릭터들의 배우 훈련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비의 대사 템포가 연극처럼 맞아들어갈 수도 있다. 영상미로 표현하기 보다는 인물의 동선으로 표현하는 게 이번 영화의 특색”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하정우가 본 하정우는 어떤 배우일까. “굉장히 성실하고 부지런한 배우”라고 답하더니 쑥스러운 듯 웃는다. 그러면서 “운동 선수의 루틴을 좋아한다. 예술적이고, 즉흥적인 건 믿지 않는다. 글도 엉덩이의 힘이 탄생시킨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야 좋은 결과를 낳는다. 제가 100점이라고 볼 순 없지만, 노력하는 것 자체가 믿음직한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올해 하반기에 또 다른 연출작 ‘윗집 사람들’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층간 소음 문제로 만나게 된 두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하정우는 “코미디만 연출할 생각은 아닌데 이렇게 됐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 킹스맨(2015)처럼 양복 입은 사람들의 액션을 그리면 재밌을 거 같다”고 연출자로서 포부를 전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쇼박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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