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 ‘리빙 레전드’들이 역대 최고 선수라는 큼지막한 영예를 안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을 개최했다. 전에 없던 특별한 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V리그 20주년 역대 BEST 7’이다. KOVO가 출범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상으로, 포지션별 남녀부 역대 최고 선수를 뽑아 시상했다. 온라인 팬투표(25%), 역대 감독 및 선수(25%), 언론사 및 중계방송사(25%), 운영 본부(15%), 각 구단 사무국 대표(10%)까지 고른 의견을 한 데 담았다.
남자부 리베로에는 통산 수비 1만개를 돌파한 유일한 인물(1만3224개), 여오현이 이름을 올렸다. 통산 세트성공 1위(1만9661개)로 빛난 한선수가 최태웅, 권영민 등 대선배들을 넘어 최고 세터로 선정됐다.

한국 대표 거미손으로 숱한 블로킹 기록을 쌓아올린 신영석과 이선규가 중앙에 포진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에는 올 시즌에 통산 득점 1위(6661점)로 올라선 레오와 공수겸장 곽승석이 뽑혔다. 레오 이전에 통산 득점 1위(6623점)를 달렸고, 국내선수 유일 한 경기 50득점을 돌파했던 박철우가 최고 아포짓 스파이커로 우뚝 섰다.
한선수는 “30주년에도 남아있고 싶지만 그때까지는 나이가 안 될 것 같다”며 “더 좋은 후배들이 이 상을 받길 바란다”고 밝게 웃었다. 레오도 “이 자리의 유일한 외인 수상자다. 더 열심히 배구해서 레전드로 불릴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 시즌부터 우리카드 코치로 지도자 발걸음을 떼게 된 박철우는 “20년간 프로 생활을 하며 감사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이제는 코치로서 앞으로의 20년이 중요하다. 우리카드 일원으로 최고의 성적을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여자부 수상자에도 현역 혹은 은퇴선수 할 것 없이 최고의 이름들이 자리했다. 출범부터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통산 수비 1위(1만8231개)에 빛나는 임명옥이 리베로 부문 수상자가 됐다. 세터 자리에는 KT&G(현 정관장)의 여자부 원년 우승 주역이자 최초 세터 출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빛난 이효희가 섰다.
중앙에는 정대영과 양효진이 각각 자리했다. 최고의 미들블로커 계보가 그대로 반영됐다. 양효진이 역대 블로킹 1위(1640개), 정대영이 2위(1228개)에 빛난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는 이견의 여지 없이 ‘배구여제’ 김연경이 자리했고, 한송이가 합을 이뤘다. 아포짓 스파이커에는 국내 선수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해온 ‘꽃사슴’ 황연주가 트로피를 품었다.
김연경은 “무대에 오른 수상자 중에 내가 2번째로 어리다. 오랜만에 언니들을 봐서 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떨며 “20주년이지만, 국내에서는 많이 뛰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건넸다.
황연주는 “10주년에 상을 받은 게 어제 같은데, 또 20주년 상을 받았다. 현역에 있는 한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다부진 한마디를 건넸다.
현역에서 물러나 유소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정대영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30, 40, 50주년 시상식에서 이런 좋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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