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만 같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2007년생의 도전이 시작된다. 보인고 3학년 배승균이 유럽으로 향한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페예노르트는 지난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승균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페예노르트는 “배승균은 페예노르트에서 더욱 발전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깜짝 영입이다. 18세 배승균은 현재 보인고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2023년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며 연령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엔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소집돼 크로아티아 친선 대회서 3경기를 소화했다. 오는 13일부터 진행되는 U-18 팀 훈련에도 발탁됐다. 페예노르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지난해 5월이었다. 페예노르트는 문화체육관광부배 전국 고교축구대회에서 배승균의 기량을 눈여겨봤고,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로 초청해 보름간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페예노르트는 배승균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일 서울에 위치한 보인고를 방문, 배승균의 가족 앞에서 계약을 맺었다. 페예노르트가 배승균에게 갖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실제로 페예노르트의 마크 라위엘 기술이사는 “다재다능하다.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 팀에서 충분히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행보다. 최근 유럽으로 향한 한국 축구 유망주 양민혁(QPR), 배준호(스토크시티), 김명준(헹크) 등은 모두 프로를 거쳤다. 더군다나 프로 산하 유스 출신도 아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유럽 무대 직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1군 계약이다. 배승균이 꿈만 같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는 “입단 테스트 기간에 구단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고 이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만 18세의 나이로 오는 7월부터 1군 훈련을 소화한다. 합격점을 받는다면 2025~2026시즌에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 물론 무한경쟁 체제서 살아남아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페예노르트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위성구단에서 경험을 쌓고 다시 1군행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적응엔 걱정이 없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그의 적응을 돕는다. 황인범은 지난해 페예노르트로 이적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공식전 25경기 2골·2도움을 올리고 있다.
뜨거운 한국인 사랑이다. 페예노르트는 배승균의 합류로 5번째 한국인 선수를 품에 안았다. 황인범에 앞서 송종국, 김남일, 이천수가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김남일은 계약 뒤 곧장 임대를 떠나 페예노르트 소속으로 뛰지는 못했다. 한국 사랑은 계속될 전망이다. 페예노르트는 배승균의 입단을 시작으로 보인고와 함께 선수 선발과 유소년 교육에서 협업한다고 밝혔다.
배승균이 황인범에 이어 코리안리거로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좋은 선례로 남아 페예노르트로 향하는 유망주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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