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A씨는 장을 볼 때마다 초등학생 딸과 실랑이를 한다. 라면을 고를 땐 방탄소년단 진이 홍보하는 진라면을, 탄산 음료를 고를 땐 에스파 카리나가 광고하는 스프라이트를 사자고 조르기 때문이다. 마트뿐 아니라 외식을 할 때도, 옷을 고를 때도, 광고 모델을 보고 브랜드를 택한다. A씨는 딸을 볼 때면 연예인의 광고효과를 실감한다.
#30대 직장인 B씨는 TV 광고를 볼 때 부정적 이슈로 논란에 빠진 연예인이 나오면 욕을 하며 곧바로 채널을 돌린다. 해당 제품과 연예인의 이미지가 결부돼 구매는 커녕 광고조차 보기 싫어진다. 비슷한 제품을 사야할 경우 경쟁사의 제품을 일부로 구입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칸타 밀워드브라운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셀럽을 광고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그중 한국과 일본이 전체 광고 중 40%에 유명인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영국(11%)에 비해 압도적이다.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통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명인의 존재가 상품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시너지를 형성하는 사회임을 증명하는 결과다.
이런 상황이지만 모든 광고가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광고의 파급력이 클수록 모델의 부정 이슈 또한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최근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가중되는 가운데 대중이 먼저 주목한 분야는 그를 광고 모델로 한 브랜드다. 대중이 가장 빠르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불매’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주인공이 광고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이처럼 광고 모델은 크게는 대기업, 작게는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해관계자의 흥망을 좌우한다.
◆전 세계가 K-스타를 주목해
연예인을 떠올리면 특정 브랜드가 연상되는 경우가 있다. 맥심, 카누 등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가 특히 모델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국민 배우 안성기는 1983년부터 시작해 약 38년간 맥심의 모델로 활동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켜왔다. 그는 국내 최장수 모델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또 24년간 맥심 모델로 활동한 이나영, 2011년 카누 출시부터 함께해온 공유도 꾸준한 모델기용의 예다. 김혜자는 25년간 다시다 모델로 활동했다.
주류 모델의 변천사를 보면 당대 최고의 연예인을 짐작할 수 있다. 소주는 대체로 여자 연예인, 맥주는 남자 연예인을 활용해 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커피 프랜차이즈, 의류 등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비재의 광고는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K-콘텐츠의 활약 속에 광고 시장도 국경을 넘어섰다. K-팝과 드라마 등의 해외 진출에 배우와 가수들이 먹고 입는 모든 것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최근 몇 년간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우리나라 아이돌, 2030 배우들과의 협업을 선호하고 있다. SNS상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가진 K-연예인들의 활약은 브랜드를 글로벌하게 알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최근 앨범 홍보를 위해 미국 토크쇼인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한 블랙핑크 제니는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소개하면서 스튜디오에서 바나나킥 봉지를 꺼내 들었다. 제니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했다. 특별한 바나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제품의 특징을 설명했고, 진행자도 함께 맛봤다. 광고가 아닌 소비자 제니의 실제 선호가 반영된 방송이었다. 이후 엄청난 글로벌 홍보 효과가 이어졌다. SNS엔 ‘#BananaKick’라는 해시태그를 더한 글로벌 팬들의 구매 인증이 쏟아졌다. 제조사 농심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해 시총만 약 2640억원 불어났다.
이처럼 대중문화인이나 사회 인사 등 유명인들이 입고 쓰고 먹는 ‘잇템’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셀러브리티 효과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그룹 방탄소년단이다.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의 경제적 효과를 약 1조7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여기엔 화장품, 식료품, 의류 등의 연관 소비재 수출액 3717억원이 포함됐다. 언제 어디서 광고 효과가 터질지 예상할 수 없다. 한 예로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준 불닭볶음면 먹방을 시작으로 삼양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스타마케팅, 부정적 이슈에 치명타 입기도
연예인 광고는 모델 계약 기간, 광고 촬영, 노출되는 범위와 활용되는 방향 등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다. 광고비도 천차만별이다. 광고 시장에서 연예인 모델의 광고 모델료는 인기에 비례한다. 높은 몸값의 모델을 기용할 경우 효과도 빠르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반대로 문제가 생길 시 후폭풍도 거세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불매 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과거 불매 경험이 있다’가 46%, ‘현재 불매 중’이 18%에 달했다.
불매 운동의 대표적인 예는 2019년 노재팬의 확산이다. 연예계에서는 2021년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학폭의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 기업을 두고 불매 움직임이 시작됐다. 해당 연예인이 광고하는 브랜드, 작품 등의 리스트가 작성돼 온라인상에 떠돌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 대표번호를 공유하고, 직접 항의 전화 걸면서 그 후기를 나눴다. 당시 멤버 왕따 의혹이 불거진 전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 유학 시절 학폭 의혹을 받고 진실공방을 펼친 배우 조병규 등이 직격타를 맞았다. 학폭은 진위를 가리는데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이후 논란만으로도 선제 대응을 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광고 관계자는 “언급만 돼도 타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배우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자 그를 모델로 쓰던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비롯해 무신사, 보테가 베네타, 오뚜기, 종근당건강 등이 계약을 정리했다. 최근에는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미성년자 교제 논란에 모델로 발탁한 수많은 광고주들이 곤경에 처했다. 광고주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지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위약금을 요구할 수 있지만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브랜드의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부정적 이슈 때문에 광고 모델을 기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싼 모델을 쓰고도 역효과를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광고 효과로 대박을 터트리는 기업들 사이엔 온갖 논란에 식은땀을 흘리는 기업도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 마케팅은 타겟팅만 잘 하면 여전한 통하는 대박 공식”이라며 “다만 더 착하고 깨끗한 스타를 찾아야 한다. 스타의 현재성이 아니라 미래성도 봐야 한다”고 짚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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