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도쿄까지!’
슬슬 감을 잡아가는 걸까. 김혜성(LA다저스)이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1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교체 출전, 1안타, 1도루, 2득점 등을 올리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6-2 승리의 일조했다. 전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시범경기 타율도 종전 0.192서 0.222(27타수 6안타)로 소폭 올랐다. 처음으로 2할대에 진입했다.
이날 김혜성은 벤치서 출발했다.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5회 말이다. 3-1로 앞선 상황서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대주자로 나섰다. 재치가 돋보였다. 맥스 먼시 타석서 빠른 발을 활용해 2루 베이스를 훔쳤다. 1사 후 윌 스미스의 좌익수 뜬공 땐 태그업에도 성공했다. 결국 상대 폭투로 홈을 밟는 데까지 성공했다. 방망이도 호쾌하게 돌아갔다. 7회 말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서 오른손 투수 로만 안젤로의 95.5마일(시속 약 153㎞)짜리 빠른 공(싱커)을 공략했다. 타구 속도는 103마일(시속 약 166㎞)에 달했다. 주루와 공격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의 연속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4억원)에 계약했다. 기대치가 높았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후 지난 시즌 주전 2루수로 뛰었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시키는 등 교통정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초반 김혜성이 어려움을 겪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급기야 마이너리그행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여기에 포지션 경쟁 중인 제임스 아웃맨이 개막전이 열리는 도쿄로 간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미국서 김혜성은 이제 막 빅리그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신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의 강점을 여러 방면으로 어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비력과 주루능력은 일찌감치 호평을 받은 상황. 특히 수비의 경우 주 포지션인 2루수뿐 아니라 유격수에 외야수까지 폭넓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격 쪽에서도 연착륙을 위해 부지런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 다저스 코칭스태프로부터 타격 폼을 전면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MLB 투수들의 강속구와 변화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1차 목표는 단연 개막 로스터 진입일 터. 다저스는 18~19일 일본 도쿄돔서 시카고 컵스와 개막 시리즈를 치른다. 26인 개막 로스터에 5명을 추가로 데려갈 예정이다. 1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친 뒤 도쿄행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날 4년 연장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연평균 800만 달러(약 117억원)가 조금 넘는, 역대 최고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김혜성의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사령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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