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시 예고된 큼지막한 변화, 먼저 적응하는 자만 살아남는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나란히 시범경기 출발선에 선다.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담금질, 야구계의 시선은 전 구단의 공통 과제로 향한다. 바로 변경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 존 그리고 정식 도입될 피치클록에 대한 적응이다. 시즌 초반 분위기를 가를 가장 큰 변수다.
◆내려가는 S존

KBO는 지난 시즌 타자 키에 비례해 적용했던 상단 56.35%, 하단 27.64%의 스트라이크 존 기준을 모두 0.6% 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신장 180㎝ 타자 기준으로 존 전체가 약 1㎝ 내려간다.
낮은 존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직 무브먼트 변화구의 가치가 덩달아 올라간다. ABS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에도 존 하단에 살짝 걸치는 변화구에 타자들이 허무하게 루킹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현상이 더 두드러지리라는 예측이다.
양현종(KIA)은 “올 시즌도 키워드는 커브다. 더군다나 존이 더 낮아졌다. 시즌을 치러보며 나만의 피칭을 해야할지,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하겠지만, 투수가 살아남으려면 커브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BS 도입으로 애를 먹던 언더핸드 투수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대표 잠수함 투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는 고영표(KT)는 “지난해의 경우 S존 앞에는 걸치는데 뒤에서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존 하향이)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일단 체감을 해봐야 알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초읽기와의 사투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2023년부터 피치클록을 도입해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봤다. KBO리그도 지난해 시범 적용을 넘어 정식 도입을 결정했다. 타석 간 간격은 33초, 투수의 투구 간격은 주자 없을 시 20초, 주자 있을 시 25초로 결정됐다. 타석당 타자의 타임은 2회까지 허용한다.
미국(주자 없을 때 15초-있을 때 18초)에 비하면 한국의 규정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눈앞에서 줄어드는 숫자는 생각보다 큰 압박을 줄 수 있다. 또 경기 상황에 따라 포수나 야수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광현(SSG)은 “나는 원래 템포가 빨라 큰 걱정은 없다. 다만 야수들, 특히 외야수들은 파울이 났을 때 돌아오며 숨이 찰 수 있다. 투수가 야수들의 시간을 벌어줘야 할 것”이라며 “투수가 공을 받고 심판이 플레이볼을 했을 때 (카운트다운) 시작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피치클록 계측 시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KBO는 MLB와 달리 투수의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이 없다. A팀 단장은 “투수가 의도적으로 발을 빼면, 이론상 계속 피치클록을 초기화할 수 있다. 실전을 치르면서 이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물론 KBO의 판단이 이유 없는 결정은 아니다. 투구판 이탈 제한이 생기면 수비팀의 작전 구사가 힘들어지는 데다가, 견제 제한으로 도루가 폭증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커지기 때문.
KBO는 “경기 중 다양한 전략 활용을 유도하고 자연스러운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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