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운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은 방영 전만 해도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인들의 신선한 매력은 작품의 장점 중 하나로 작동했다.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4주 연속 1위 기록과 더불어 해외에서도 OTT를 통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 1위를 차지했다. 신인 배우들이 이뤄낸 반전 흥행인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이종현이 있다.
‘스터디그룹’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린 윤가민(황민현)이 최악의 학교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액션물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이종현은 극 중 윤가민(황민현)에게 스터디그룹 첫 번째 멤버로 발탁되는 엘리트 김세현을 연기했다.
김세현은 안쓰러우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어머니가 떠난 집에서 아버지 기술을 배우라며 강요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진학한 유성공고에서는 양아치들이 득실대 괴롭힘 받는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짜증 가득하던 김세현은 윤가민과 스터디그룹 친구들을 만나 점점 밝은 인물로 변화한다.
27일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종현은 김세현의 이미지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밝고 쾌활했다. 김세현처럼 사연 있어 보이는 촉촉한 눈망울은 여전했지만 작은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남자 아이돌 비주얼 담당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각종 인터뷰와 화보 촬영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드라마 인기와 반응이 좋은 덕인지 표정과 태도는 홀가분해 보였다. MBTI 또한 김세현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ENFJ다.
지난해 2월쯤 촬영이 끝난 ‘스터디그룹’은 약 1년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중을 만나게 됐다. 어떤 마음으로 작품 공개를 기다렸는지 묻자 이종현은 “촬영을 끝내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기도 했지만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잘 보냈다. 초조하기보다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공개일이 점점 다가올수록 저의 연기를 처음으로 보여드린다는 마음이 드니까 긴장이 되더라. 그래도 막상 공개되고 지금처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공개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작품 오디션도 보는 동시에 꾸준한 연습도 놓치지 않았다. 이종현은 “사실 촬영이 끝나고 처음에는 공허한 마음도 들었다. 현장에서 다른 멤버들과 시끌벅적하게 촬영도 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촬영이 딱 끝나는 순간 혼자 집에 있고 연습을 하는 시간이 한편으로 공허하더라”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스터디그룹’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다른 멤버들과 만나면서 허전한 마음을 채웠다”며 “혼자서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그것도 저한테는 힘이 됐다. 당연히 반복되는 행동을 할수록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저에게 굉장히 좋은 고통을 주면서 그 시간을 이겨냈다”고 털어놨다.
첫 작품이었던 만큼 100% 만족은 없다. 이종현은 “처음에는 제가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눈에 많이 보였는데 아쉬운 점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 긍정적인 부분들도 분명히 많지만 제 눈에는 ‘이 장면에서는 더 힘을 줬으면 좋았겠다’ 혹은 ‘친구들과 모여 있는 장면에서 내가 조금 더 빠른 템포로 줬으면 좋았겠다’ 등 기술적인 부분들에서 아쉬움이 많이 느꼈다”고 자신이 본 연기 소감을 전했다.
인기 실감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자 이종현은 “커뮤니티에서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곳을 아예 모른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감독님이나 조감독님이 ‘세현이 좋은 반응이 정말 많다’고 캡처를 해서 많이 보여주신다. 뿌듯하기도 하고 좋다”며 “최근에 영화관에 갔을 때도 한두 분씩 알아봐 주시더라”라고 웃었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를 위해 사옥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가는 와중에도 이종현을 알아본 한 사람이 휴대폰으로 슬쩍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이종현은 “살면서 없었던 일이니까 아무래도 아직은 신기한 게 더 크다”고 미소 지었다.
피드백은 주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많이 찾아본다고 전했다. 이종현은 “제 계정이나 티빙 계정에서의 반응을 보고 얼추 짐작만 하고 있다”며 “저에 대해 분명히 좋은 평가도 있을 것이고 안 좋은 것도 있을 텐데 그걸 제가 직접 찾아보고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안 좋은 평가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자체가 저한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아예 안 하려고 하고 있다”고 굳이 반응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현은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고 주변에서 많이 반응을 보내주시니까 그 좋은 평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평소 웹툰 보는 걸 좋아하는 이종현은 ‘스터디그룹’ 원작 웹툰 또한 재밌게 봤던 팬이었다. 어떤 지점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묻자 이종현은 “캐릭터들의 액션이 통쾌하기도 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윤가민과 피한울 각각의 사연들에 초점이 맞춰져서 저는 더 좋았다”고 대답했다.
원래 김세현을 주의깊게 눈여겨 보지는 못했다는 이종현은 캐스팅이 정해지고 나서야 여러 번 원작을 다시 읽었다. 그 과정을 통해 김세현에게 더 깊게 파고들고 사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감독과도 긴밀한 논의를 거쳐 원작의 김세현이 아닌 이종현이 연기하는 김세현이 탄생했다.
이종현은 “원작에서의 김세현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까칠하고 훨씬 더 깊은 사연을 보여주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나눠서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비현실적인 세계관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많지 않나. 그 중에서 김세현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고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으로 반응을 하고 있는 인물이니까 김세현의 반응이 시청자들과 공통된 선에서 나오면 좋겠다고 감독님과 말을 나눴다. 시청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세현이와 같은 반응을 하고 있는 게 정말 웃길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온 김세현의 반응이 까칠하고 츤데레 같으면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스터디그룹과 동화되면서 아무리 현실적인 인물이어도 점점 친구들과 친해지니까 이렇게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김세현을 연기하기 위해 이종현은 먼저 목소리 톤을 높여서 가볍게 말하는 발성으로 바꿨다. 또 원래 운동을 좋아했지만 김세현을 연기하기 위해 근육을 빼 체중을 약 10kg 감량했다. 근육이 붙어있다보니 교복을 입어도 싸움이 못할 것 같지가 않았다고.
이종현은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유산소랑 먹는 양을 엄청 줄였다. 단기간에 체중 감량을 확 했다”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긴 했지만 초반에는 체중 감량했던 모습이 세현이 이미지와 잘 맞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세현이도 성장을 하는 캐릭터였고 촬영을 거듭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보기 좋아지는 모습도 세현이의 심적인 변화가 외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체중 감량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세현이 점차 밝아지면서 이종현 또한 체중을 조금씩 늘려 마지막에는 3kg을 다시 증량했다.
스타일링도 고민 중 하나였다. 원작의 김세현 캐릭터는 뾰족해 보이는 헤어스타일이 특징이다. 이종현은 “처음엔 원작을 따라가려고 감독님과 초반 미팅 할 때 제가 파마처럼 스타일링을 해서 뾰족한 머리로 갔었다”며 “근데 감독님께서 오히려 세고 강해 보인다고 얘기를 하셔서 앞머리를 눈썹 위로 올린 헤어스타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1화에 “눈을 덮지 않는 적당한 길이의 앞머리”라는 가민이의 대사가 있다. 제 헤어스타일에서 나온 대사라서 그게 또 세현이의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지 묻자 이종현은 김세현이 최희원(윤상정)과 연백파에 잠입한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의자를 들고 뛰는 장면을 꼽았다. 이종현은 “그날 정말 추웠고 실제로 그 건물 뒤에 있는 산 속에서 촬영을 했다. 내려와서 소품을 받고 준비를 하는데 저는 유독 눈에 띄는 의자를 들었고 희원이는 헬멧을 쓰고 뚜껑이랑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에 확 몰입을 할 수 있게 한 장면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것도 원래는 대본에 없었다. 둘이 즉석에서 같이 연기를 했던 장면인데 실제로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귀여워 보였고 저희끼리도 재밌었다“고 웃었다.
황민현을 비롯해 스터디그룹 배우들끼리는 현재까지도 만남을 꾸준히 이어가며 친목을 유지 중이다. 드라마 반응이 좋은 만큼 배우들 간 분위기도 최고일 터. 이종현은 “정말 너무 좋다. 안 그래도 오늘 신수현 배우의 생일이었는데 단톡방에서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가 밤새도록 울려퍼질 만큼 사이가 너무 좋다”고 전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얘기도 항상 어디선가 1등을 했다든가 반응이 좋다는 말이 있으면 항상 서로 공유하면서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고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주연 배우 황민현은 현재 군 복무 중인 만큼 작품 홍보 활동에는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아쉬워하고 있지만 그 빈자리를 동료들이 채워주고 있다. 이종현은 “제가 보기에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저희와 함께 홍보를 하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고 그래도 촬영을 하는 내내 형이 고생한 걸 저희가 몸소 느끼고 알고 있기 때문에 형이 미안함을 느끼지 않게끔 저희가 홍보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형은 그걸 고맙게 생각하고 오히려 반응이 점점 더 좋아지니까 미안해하는 마음보다는 더 긍정적으로 ‘너희 덕분에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황민현의 반응을 전했다.
실제로 이종현이 본 황민현은 책임감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였다. 이종현은 황민현을 두고 “촬영이 없는 날은 항상 액션 스쿨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멋있게 담겼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 본 형의 모습에서 저는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제가 존경할 만큼 현장에서는 프로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형이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었다”고 칭찬했다.
‘스터디그룹’이 데뷔작이지만 2023년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비춘 바 있다. ‘스터디그룹’에서 호흡을 맞춘 신수현 또한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차소연 캐릭터를 연기했다. 당시 촬영장에서 서로 마주친 적이 있는지 묻자 이종현은 “자주 마주쳤다.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조교 역할로 잠깐 나왔었는데 교실이나 학생들과 군인이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 제가 항상 있었다. 당시에도 신수현 배우는 저를 잘 챙겨줬었고 그 인연이 여기까지 닿아서 ‘어떻게 여기서 또 보냐’ 하면서 더 친해졌던 것 같다”고 놀라운 인연을 전했다.
얼굴을 안 지 더 오래 된 만큼 허물없는 사이다. 실제로 신수현이 두 살 연상이지만 이종현은 ‘누나’라는 호칭 대신 그냥 이름을 부른다고. 그러면서 “평소에 제가 좀 까불거린다”고 민망한 듯 웃었다.
이종현은 ‘스터디그룹’을 두고 “추억하면서 ‘그땐 그랬지’ 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첫사랑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앞으로 있을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편하고 가장 마음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지 않을까”라며 “다음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을 만한 연기를 하고 싶을 것 같아서 아무래도 적당한 긴장감과 고민이 생길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없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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