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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은 새벽이, 시즌2는 노을이…작명 비하인드 전한 박규영 [별별토크]

입력 : 2025-02-23 15:17:58 수정 : 2025-02-24 21: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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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영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살리면서도 강렬한 화면 장악력으로 매 작품 돋보인다. 청순한 이미지 속에 강단 있는 내면을 지닌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에서 노을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오징어게임2’는 시즌1의 거대한 성공 이후, 한층 확장된 세계관과 더 깊어진 이야기를 담아 돌아왔다. 성기훈(이정재)이 게임 설계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한번 생존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박규영이 연기한 노을은 핑크 가드의 내부를 보여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캐릭터부터 반전이다. 그녀는 기존의 참가자들과는 결이 다른, 시스템 내부에서 작동하는 또 다른 플레이어로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박규영은 “핑크 가드의 입장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하며, 작품이 가진 서사와 캐릭터의 복합성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2’ 출연 확정은 박규영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오디션 테이프를 요청받은 후 시즌1 대본 일부를 발췌해 연기했고, 캐스팅이 확정되자 비로소 전체 대본을 받았다.

 

“이름부터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감독님이 노을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도 듣고 보니 더 흥미롭더라고요. 새벽이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인물이었다면, 노을은 마지막 작은 불씨마저 사라지는 인물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만큼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캐릭터였어요.”

 

흥미로운 점은, 그는 캐스팅이 확정되고도 부모님께 한동안 출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

 

“캐스팅이 됐다는 걸 외부에 알리면 안 됐어요. 엠바고를 유지해야 했어요. 부모님께도 알리지 못하고 있었죠(웃음). 제작발표회 날 제 옆으로 말도 안 되게 대단한 선배, 동료들이 있는 거에요. 다시 한 번 작품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죠"

 

노을은 ‘오징어게임2’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박규영은 극 중 자신의 행동을 전부 알고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

 

"본편을 보고 알았어요. 444번을 내가 확인 사살한다는 걸요. 촬영할 때는 몰랐거든요. 그래서 편집본을 보면서도 ‘와,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었어요. 배우이면서도 시청자로 재밌게 본 작품이에요."

 

이처럼 노을의 캐릭터는 단순한 핑크 가드가 아니라, 그 내부에서도 독특한 사연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군인 출신의 탈북민으로 돈을 벌어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노을. 그는 단순한 집행자가 아닌, 스스로도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채 고통받는 이들을 ‘고통 없이 보내주는’ 저격수로 존재한다. 어쩌면 자신처럼 고통 받는 이들의 마음을 공감해 그럴지도 모른다.

 

"노을은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건조하고, 버석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체중 감량도 했고, 피부 표현을 위해 분장팀의 도움도 받았죠. 내적으로는 감독님이 ‘노을은 말이 없는 인물’이라고 하셔서, 절대적으로 감정을 절제하며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오징어게임’ 세계관에서 핑크 가드들은 단순한 진행 요원이 아니다. 박규영은 자신의 캐릭터가 이미 여러 번 이 시스템 안에서 움직여본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이 게임에서 노을이 처음 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최소 한 번 이상은 경험이 있었을 거예요. 처음 기훈과 마주친 계단 장면 기억하세요? 기훈이 내려올 때 그를 한 번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시선이 의미심장하다고 느껴졌어요. 아마도 3년 전부터 이 일을 했고, 얼굴을 아니까 모자로 얼굴을 슥 가리지 않았을까요? "

 

노을을 단순한 ‘저격수’가 아니라, 고통 없이 즉사시킬 능력을 갖춘 인물로 해석한 박규영이다.

 

"죽이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노을은 고통 없이 상대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어요. 그게 그의 가드로서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핑크 가드는 단순한 조직원이 아니다. 박규영은 이들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냥 모집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이 게임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열린다고 생각했어요. 핑크 가드를 아무나 모으지는 않을 테고, 그만큼 비밀 유지에 대한 보상이 분명하게 있었을 거라고 봤어요."

 

그렇기에 노을의 캐릭터가 ‘시스템 안에서도 다르게 작동하는 인물’로 설정된 것이 더 흥미로웠다.

 

박규영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2부 엔딩이었다.

 

"테마 음악이 깔리면서 ‘세모였습니다’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은, 정말 황동혁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연기자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이었어요. 다시 봐도 감사한 신이에요."

 

박규영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마음이 들뜨지 않도록, ‘뭘 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했어요. 그게 역할에 충실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이번에는 특히 더 강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는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직업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고통도 많아요. 그걸 해결하는 건 결국 내 중심을 잡는 것뿐이죠. 아무리 다양한 일이 일어나도 다음 날 일어나서 집 청소를 하고, 매일 운동을 가고, 그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유지하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힘이 돼요."

 

박규영은 언제나 ‘현재에 충실한 배우’가 되기를 꿈꾼다.

 

"저는 붕 뜨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연습도 많이 하고, 제 중심을 잡는 데 온 힘을 쏟아요.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그의 단단한 태도는 ‘오징어게임2’ 속 노을이라는 캐릭터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박규영이 만들어낸 깊이 있는 인물, 그리고 시즌3에서 마주할 또 다른 변주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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