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장소인 대도시 터미널이 지역 랜드마크로 탈바꿈한다. 전국 곳곳에서 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노후 시설을 걷어내고 주거·편의·문화 등 복합시설을 짓는 개발 사업들이 진행돼 해당 지역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서울, 광주,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터미널 부지 개발이 활발하다. 터미널 부지는 교통 거점으로 입지적 가치를 증명한 곳이고, 통합된 대규모 부지 확보가 용이해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터미널 부지 개발을 통해 노후 교통 시설 정비, 교통 편의 증대, 도시 미관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지역민들과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터미널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서울이다. 교통의 요충지로 꼽히는 중랑구 상봉터미널 부지에는 아파트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이 들어선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경쟁률 9.3대 1을 기록했다.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는 유통·상업·주거시설로 탈바꿈한다. 구에 따르면 올해 건축심의 등을 거쳐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서울의 주요 관문으로 꼽히는 동서울터미널도 이마트 본사와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현대화 사업이 추진 중이다. 동서울터미널은 40년 가까이 운영됨에 따라 시설 노후는 물론 주변 교통체증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대개조’ 작업의 첫 타자로 지목됐다. 향후 단순 터미널 기능을 넘어 문화와 업무, 여가 등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강남권에서도 개발이 활발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코엑스 도심공항터미널 부지에 프라임 오피스를 도입해 마이스(MICE) 시설과 연계한 국제업무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도 지하화 및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선·영동선·중앙선) 부지를 보유한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최근 서울시에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현재 제안서를 검토 중이며, 검토가 마무리되면 대상지 선정과 협상조정협의회를 거쳐 구체적인 개발계획안을 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대도시 역시 터미널 부지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의 옛 동대구 고속터미널 부지에는 DL이앤씨가 시공하는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가 들어선다. 전용면적 79~125㎡ 총 322가구 규모로 이달 중 분양 예정이다. 단지 바로 맞은편에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하고, 단지 저층부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광주에서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복합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신세계백화점을 유스퀘어 문화관까지 확장하고, 종합버스터미널은 문화‧상업‧업무시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변신한다.
터미널 부지 개발은 단순히 노후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생활권을 창출하고 도시 구조를 재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상업·문화·업무시설이 결합한 복합개발을 통해 주변 지역경제까지 동반 활성화할 수 있어 지자체와 민간 디벨로퍼 간 협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업 규모와 입지가 우수한 곳은 ‘신흥 부촌’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터미널 부지 개발은 교통·물류 인프라의 기존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부동산시장과 도시계획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옛 도시 공간을 재탄생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거·상업 환경 개선을 이끄는 ‘신흥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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