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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V12] 시린 겨울을 지나 KIA의 ‘꽃’이 만개했다… ‘감독 이범호’가 빚은 해피엔딩

입력 : 2024-10-29 06:10:00 수정 : 2024-10-29 13: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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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감독이 2024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고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최연소 감독의 반란, 뜨겁고 강렬했다.

 

프로야구 KIA의 11번째 사령탑, 이범호 감독이 지도자 인생에서 잊을 수 없을 우승을 써냈다.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 7-5 승리와 함께 시리즈 4승1패로 대망의 트로피를 들었다. 37년 만에 빛고을에서, 그것도 2014년 개장한 챔필에서는 최초로 빚은 KS 우승에 광주 팬들이 끝없는 함성을 쏟아낸다. 이범호 감독이 만든 열광의 도가니다.

 

◆난데없지만

 

‘감독 이범호’는 돌연 찾아왔다. 시즌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1월 말 찾아온 외풍 때문이었다. 전임 김종국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팀이 혼돈에 빠졌다. 구단은 김 전 감독을 향해 직무정지에 이은 전격 경질 철퇴를 내렸다.

 

스프링캠프 직전 찾아온 리더십 부재, 최악의 서막이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선동열, 이종범 등 레전드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장고를 거듭한 KIA의 대답은 달랐다. 이범호 당시 코치의 승격 카드를 꺼내드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범호 KIA 감독이 2024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고 팬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우려를 딛고

 

2019년 현역 은퇴 후 5년 만에 지휘봉을 잡는 파격이었다.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및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가져간 그를 향해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초보 감독의 서투름이 우승 전력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였다. 주로 타격 파트를 담당해온 그가 팀 전체를 수월하게 이끌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보란 듯이 이겨냈다. “자유롭게 뛰노는 야구”를 표방한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오랜 시간 동료이자 코치로도 함께 한 감독만이 갖춘 선수 이해도가 바탕이 됐다. 이 감독은 “감독 성향이 먼저가 아니다. 선수들을 먼저 파악해 최대한 편한 환경을 만들면 활발하게 움직여 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본다.

 

소통과 강단 사이 운용의 묘도 살려냈다. 지난 7월 베테랑 양현종의 조기 강판은 여전히 회자되는 하이라이트다. 개인적인 친분은 내려두고 승리까지 1아웃만 남긴 에이스를 내리는 결단으로 팀 승리를 도출하는 모습에 모두가 엄지를 세웠다.

 

안정적인 시즌 운영도 합격점을 받았다. 악재에 맞서는 유연한 대처가 일품이었다.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 등이 연달아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선발 로테이션에 황동하, 김도현 등 보충 자원을 적절히 투입하며 뎁스를 잘 살렸다. 불펜에서는 좌완 곽도규라는 원석까지 발굴하면서 탄탄한 불펜 구축도 이뤘다. 김도영의 대폭발을 견인한 리더십과, 약점으로 지목된 외야 한 자리 및 1루를 여러 자원으로 충당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왼쪽)이 2024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고 양현종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역대급 데뷔

 

숱한 기록이 그를 반긴다. 김응용(1983 해태), 선동열(2005 삼성), 류중일(2011 삼성), 김태형(2015 두산)이라는 역사적 명장들에 이어 감독 첫 해 KS 우승을 빚은 5번째 사령탑이 됐다. 감독 이범호의 탄탄대로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감독 모두 KS 우승을 맛본 8번째 주인공도 됐다. 김재박, 선동열, 조범현, 김태형, 이강철, 김원형, 염경엽의 바통을 받는다. 특히 동일 구단에서 동시 우승을 달성한 이는 김태형(OB-두산), 김원형(SK-SSG) 뿐이다. 이 감독이 KIA 소속으로 이 부문 첫걸음을 뗐다. 김성한, 선동열 등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KIA 감독들이 모두 실패한 값진 이정표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의 조화, 그 속에서 만개한 감독 이범호의 질주. KIA 역사의 한 페이지를 꽃향기로 가득 채웠다.

 

광주=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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