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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공간 넘어 전시 공간으로…호텔·리조트, 아트를 입다

입력 : 2024-03-17 19:45:36 수정 : 2024-03-18 19: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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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베네세 하우스'
건축가 안도 타다오 설계 눈길
데이비드 호크니 등 작품 전시

베트남 '리젠트 푸꾸옥'
전설 담은 '왕의 우물' 상징성
샤워 로브 등 삽화로 묘사 표현

스페인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
시그니처 스위트, 갤러리 변신
500여점 자체 컬렉션도 소장

호텔·리조트가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이자 여행지로 떠오른 요즘, 차별화된 ‘콘셉트’와 ‘정체성’은 여행자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아트 호텔’도 눈에 띈다. 호텔 자체가 미술관이거나, 유명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해당 지역의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접하거나, 또는 호텔 전체에 녹아 있는 아트 콘셉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세토 내해를 배경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보인다. 사진=정희원 기자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서 하룻밤…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

우선 가장 가까운 해외 여행지 일본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아트여행지로 시코쿠섬의 북동부, 카가와현 세토 내해(內海)에 있는 ‘나오시마’를 추천한다. 면적은 14㎢, 인구 3000여명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그 자체가 ‘아트’다.

 

나오시마는 1980년대에만 해도 구리 제련소가 있는 섬이었지만, 베네세홀딩스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섬을 재생시켰다. 현재는 수많은 예술 애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보통 다카마쓰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데, 미야노우라항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이 맞아준다. 파란 바다와 빨간 호박은 잊지 못할 장면이 된다. 2021년 태풍 루핏으로 인해 풍랑에 떠내려간 노란 ‘호박’도 제 자리로 돌아왔다.

제 자리로 돌아온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사진=정희원 기자

작은 섬에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지추(지중)미술관’, 세계적 거장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모은 ‘이우환미술관’ 등이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특히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에서 숙박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그만큼 예약은 수강신청 급으로 치열하다. 숙박객은 베네세뮤지엄 전용 셔틀을 타고 나오시마섬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다.

베네세하우스 전경. 사진=정희원 기자
베네세하우스 정원에는 프랑스 작가 니키 드 생팔의 조각들이 기다린다. 사진=정희원 기자

호텔에서 운영 중인 베네세뮤지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브루스 나우만, 리처드 롱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됐다. ‘타다오 스타일’이 녹아 있어 내부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시간과 빛을 오롯이 느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에는 발랄한 프랑스 여류 작가 니키 드 생팔의 조각 작품들이 맞아준다.

 

◆왕의 이야기, 일상 곳곳에 감성적으로 녹아드네… ‘리젠트 푸꾸옥’

다음으로는 요즘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하나인 베트남의 진주섬 ‘푸꾸옥’이다. 2022년 오픈한 신상 리조트 ‘리젠트 푸꾸옥’에서는 따뜻한 환대와 진정한 의미의 호스피털리티 서비스는 물론 감성까지 충족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호텔 곳곳은 물론 어메니티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새겨놓은 것. 투숙하는 내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름다운 푸꾸옥의 설화가 일러스트를 통해 튀어나온다.

IHG 호텔&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 리젠트는 리브랜딩과 함께 각 호텔의 지역의 전설적인 아이콘 또는 행운의 전설을 삽화로 묘사해 표현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디자인은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에서다.

새도의 일러스트가 녹여진 로브를 입고 있는 투숙객. 리젠트 푸꾸옥 제공
왕의 우물 일러스트가 그려진 가운. 사진=정희원 기자

리젠트 푸꾸옥의 경우 푸꾸옥에서의 전설을 담은 ‘왕의 우물’의 상징성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이를 담은 디자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인상적이다. 봉투·종이백 내부, 어메니티 박스 속마다 정성스럽게 그려져 있다. 갑작스런 비에 호텔에 비치된 우산을 펼쳤더니 우산 안쪽에도 화사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기분이 좋아진다.

객실·스파 등에 비치된 샤워 로브도 하얀 타올 소재가 아닌 일러스트를 입힌 디자인으로 화사하다. 심지어 안경클리너에도 해당 디자인이 적용됐다. 나중에는 ‘또 어디서 삽화가 나올까’ 기대되기까지 한다. 일러스트가 어디에 또 적용됐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루마니아의 예술가 새도가 일러스트를 그렸다. 리젠트 푸꾸옥 

삽화는 루마니아의 저명한 예술가인 ‘새도(Saddo)’가 그렸다. 깨끗한 물줄기, 바다, 응우옌 황제와 검, 행운의 송사리, 흑진주, 푸꾸옥 후추 등을 담고 있다. 마치 푸꾸옥 섬의 상징을 한폭의 그림으로 표현한 듯하다. 지역색을 아름답게 녹여 투숙객에게 의미를 더한다.

한편, 리젠트 푸꾸옥 측에 따르면 왕의 우물 전설은 18세기 응우옌 왕조의 지롱 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롱 왕과 그의 군대가 담수도 식량도 없이 반란군인 타이손을 피해 옹 도이 곶에 숨었다.

반란군에 쫓기던 왕이 칼을 땅에 꽂고 “내가 왕이 될 운명이라면 내 군사들을 살려 달라”고 기도했더니 지하에서 우물이 기적적으로 솟아올랐다. 송사리도 함께 튀어올랐다. 이후 왕과 군사들은 푸꾸옥 섬에서 재충전한 뒤 반란군을 퇴치했다고. 현재도 이 우물은 푸꾸옥 섬에 있다.

안나 파본 포라스의 작품이 설치된 스위트룸.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 제공

◆갤러리로 변신한 스위트룸…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

마지막으로 ‘건축예술의 성지’ 스페인 바르셀로나다. 가우디의 고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바르셀로나는 건축 여행 명소로도 꼽힌다. 이왕 건축여행을 떠났다면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Hotel Arts Barcelona)’에서 묵어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 건축가 브루스 그레이엄이 설계한 건물, 아트로 꽉 채워진 콘텐츠, 프라이빗한 스위트룸에 이르기까지 예술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곳에서는 갤러리로 변신한 스위트룸에 머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가 선보인 ‘아트 스위트 바이 위컬렉트(Art Suite by WE COLLECT)’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아츠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갤러리인 위컬렉트와 호텔의 시그니처 스위트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의 아트 스위트 바이 위컬렉트에 선정된 아티스트는 스페인 말라가 출신의 안나 파본 포라스(Ana Pavon Porras). 지중해 연안의 환상적인 전망이 펼쳐진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의 30층 시그니처 스위트에서 그의 작품세계가 펼쳐진다.

1996년생인 안나 파본 포라스는 감각적인 컬러와 독특한 기법을 통해 입체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스페인의 밀레니얼 작가다. 그는 숨겨진 개념의 미술적 표현을 유혹의 수단으로 다뤄 회화의 에로티시즘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숨겨진 것(the hidden)’을 콘셉트로 작품 속에 숨겨진 ‘이데아리오(Ideario)’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부다.

한편,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는 500 여점이 넘는 자체 컬렉션을 소장하며 도시가 간직한 예술성을 지켜내는 중이다. 아트 스위트 바이 위컬렉터를 통해 다양한 스페인 밀레니얼 작가를 알리고 있다. 마드리드 출신의 아티스트인 베아트리츠 뒤보아(Beatriz Dubois)의 사진전을 시작으로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카를라 푸엔테스(Carla Fuentes)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소개해왔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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