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품이 든다. 그 가운데 촬영, 조명, 분장 등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있는 분야다. 반면 정보가 희박하거나 잘 알려지 있는 않은 포지션도 많다. 특히 스크립터가 그렇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작품 촬영장의 모든 상황을 기록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나이픽처스의 이민아 스크립터를 만나보니 역시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국내 영화계에서 스크립터란 현장에서의 소위 멀티플레이어라 칭할 수 있겠다.
최근 서울시 중구 한 카페에서 이민아 스크립터를 만났다. 스크립터의 ‘실전 정의’부터 현장의 다양한 경험담, 그리고 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민아 스크립터는 무려 18년차 경력자다. 연극영화학과 재학생 시절 현장 견학을 갔다가 스크립터의 활약상을 직접 보고나서 직업으로 삼게 됐다. 이 스크립터는 “학생 시절엔 스크립터가 단순 기록 외에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자세히 몰랐다”며 “막연하게 내가 되고 싶었던 영화감독과 가장 맞닿아 있었고 감독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에 곧장 스크립터를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국내영화계에서 스크립터는 복합적이면서 전문적인 포지션이다. 이 스크립터에 따르면 일은 촬영 전·중·후로 나뉜다. 촬영 전에는 외·내부 대본 전달 및 오탈자 체크, 각종 회의록 담당, 콘티 정리, 촬영용 시나리오와 콘티북 최종 정리 및 제본 업무를 진행한다.
촬영에 임하면 그야말로 모든 것들을 기록한다. 현장의 날씨, 온도, 시각, 촉각, 청각, 배우의 대사, 몸짓, 눈빛 그리고 연출 감독 및 모든 파트의 감독과 스태프의 코멘트들을 기록장에 빠짐없이 기록한다. 그리곤 매일 촬영 후에는 곧장 후반 업체인 편집실에 바로 전달하는 일을 촬영 종료까지 반복한다.
촬영이 종료된 후에는 기록을 토대로 진행된 편집 및 영상 보정(CG·DI) 사운드(후반녹음·믹싱·효과음) 작업 후 심의 심사 대본을 작성해 등급 심의를 진행한다.

수십년 경력자인 만큼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댄싱퀸’(2011) ‘해적’(2013) ‘오늘의 연애’(2014) ‘사냥의 시간’(2017) ‘해치지 않아’(2018) ‘비상선언’(2021) ‘정이’(2022) 등 굵직한 콘텐츠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있었다. 현재는 디스니플러스의 ‘최악의 악’(2023)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최종 목표이기도 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열정을 다하고 있다.
“일이 완성되는 단계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 좋았었던 지금들이 쌓이게 됐죠. 같이 만들어나가면서 작업의 본질을 즐기는 거 같아요. 나중이 되더라도 지금의 모든 작업들을 즐겁게 기억하고 싶어요.”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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