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에서 톱으로 찍으면 연기는 별로다?’
혹은 이 반대의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이 공식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이가 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가 그렇다. 과거 가수와 연기자 사이를 오간 이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벤트식으로 그쳤다. 엄정화 정도가 손 꼽힐 뿐. 그만큼 실로 대단한 재능이다.
최근 아이유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영화 ‘드림’(이병헌 감독) 개봉 관련 인터뷰를 가졌다.
그동안 자주 했던 뻔한 얘기는 쏙 뺐다. 연기, 연인 얘기부터 슬럼프 극복기까지 한없이 진지하다가도 때론 친한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연기는 언제나 도전 과제다. 26일 개봉한 ‘드림’에서 주연급인 이소민 PD 역을 맡았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아이유는 “개인적으로 가수와 연기가 시너지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채워지는 거와 비워지는 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외부적인 시선으로는 가수 출신으로 덕을 본 게 많다. (연기가)넘어야 될 벽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고,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촬영일로는 ‘드림’이 먼저였지만 이후 출연했던 ‘브로커’(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 2012)가 먼저 개봉하면서 순서가 뒤바꼈다. 하지만 아이유의 기준은 먼저 촬영한 ‘드림’이 데뷔작이다. “아무래도 ‘드림’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제작 기간이 길어졌다”며 “‘드림’이 (나에겐)처음으로 크랭크인한 작품이다. 그런데 개봉을 브로커가 먼저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림’을 하면서 크게 배운 게 있는데, 내가 준비한 내 연기에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코미디 장르가 처음이기도 하고, 이병헌 감독님 특성상 호흡이 빠르게 진행된다. 예상과 달라질 수도 있으니 (스스로에)기대면 나만 혼자 느려진다. 준비는 열심히 하되 현장에서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아이유의 연인도 배우다. 동종업계 종사인 만큼 시너지도 뛰어나다. “남자친구랑도 연기 얘기를 당연히 한다”며 “남자친구를 비롯해서 연기하는 분들께 SOS를 많이 요청하는 편”이라고 말해 애틋함이 묻어났다. 이어 동료 배우와도 친밀한 관계 유지는 연기에 도움이 됐다. ‘드림’을 처음 리딩하고 준비할 때, 코믹 연기를 잘 하고 싶어서 선배인 배우 조정석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조정석이 한 꼭지를 무려 여덟 가지 버전으로 읽어서 보내줬다는 흥미로운 후문.
다만 천하의 아이유도 조명을 먹고 사는 만큼 스트레스가 있다. 슬럼프에 대해 묻자 아이유는 “번아웃이 잘 안 오는 편”이라며 “번아웃이 자잘하게 올 때는 있지만 한 기분에 얽매여 있는 걸 안 좋아한다”며 “그게 좋은 기분이든 나쁜 기분이든, 아무런 기분이 없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훌훌 날리는 습관이 된 거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만의 사생활 분리 방법 있을까. “저는 (일과 사생활)분리를 일부러 하진 않았지만 거기서 오는 힘든 건 없었다”면서도 “저와 함께 데뷔했었던 아이돌 그룹 친구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있긴 하더라. 그와 별개로 인간적으로 자기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수 동료들을 걱정하기도.
아이유는 15세부터 일기를 써왔다. 스스로를 갈무리하면서 내일을 맞이한다. 그는 “내가 자기일 수 있는 시간은 샤워할 때인데 그때 그날을 총평한다. 그리곤 나와서 일기장에 적는다”며 “제일 (스스로를)객관화될 수 있는 거 같다. 일기와 편지만 모아두는 금고가 있다. 15살 때부터 일년에 한 권씩 채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다 태워버릴 것”이라며 수줍게 웃기도.
“저는 운이 좋게 환경이 설정이 잘 되어 있었어요. 제 방향성을 꺾으려 하는 분이 없었어요. 쉬고 싶다고 할 때 쉴 환경을 제공해주시기도 했어요.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 일단 지금 당장 목표는 없어요. 30대는 당분간 이렇게 살아보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근데 이것도 계획은 계획이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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