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전세사기 근절과 방지를 위해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강화됐다. 이른바 ‘깡통전세‘ 주택의 보증보험 가입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다만 전세보증보험 요건 강화가 오히려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임대인연합회 등 임대인들은 높아진 전세보증보험 강화 요건과 임대차3법의 존재 등으로 집 팔기가 어려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 완화 등 임대인들을 위한 상생방안도 내놓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HUG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HUG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횡행한 전세사기가 집값과 전세보증금이 같은 주택까지 보증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악용한 사례가 많았기에 관련 기준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 이하 주택 가입기준 강화 외에도 주택 가격 산정 시 공시가격 적용 비율도 126%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이달부터 가능해진다. 공시가격적용 비율은 작년까지 150%였지만, 올해부터 140%로 적용되면서 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와 전세가율 90%를 곱한 값인 126%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공시가격 제한기준으로 산출됐다.
이와 같은 기준들은 1일부터 신청하는 신규 보증에 적용되며 갱신보증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 요건 강화는 HUG뿐만 아니라 HF(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보험)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보증 대상 전세가율을 90%로 낮추면 보증보험 가입 대상 가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100%면 가입이 거절되지만 보증 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 임대 보증금만 보기 때문에 전세가를 90%로 낮추고 10%를 월세로 돌릴 경우 보증금은 가입이 가능하다”며 “원천적으로 보증 가입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월세로 돌리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기존 주택가격 산정기준이 전세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보험 가입조건뿐 아니라 감정평가 적용방식도 변경된다. 기존에는 신규·갱신보증 신청 시 주택 감정평가금액을 최우선으로 적용했지만, 이 달부터는 KB시세나 부동산테크, 공시가격 등이 없어야만 후순위로 감정평가금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연립·다세대주택도 감정평가금액의 100%를 주택가격으로 인정했지만 그 기준이 90%로 낮아진다. 감정평가 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단독·다가구·다중 주택가격 산정 때는 공시가격의 140%를 매매가보다 우선 적용한다. 단, 작년 말까지 신청된 건은 당초 공시가격의 150%가 적용된 만큼 갱신 때도 공시가격의 150%를 적용한다.
정부의 이같은 전세보증보험 강화 움직임에 전국임대인연합회 등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은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대폭 완화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며 “임대사업자가 임대 의무기간을 지키지 않고 주택을 팔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을 내야 하는 점도 보증금 반환의 장애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주택은 임차인들이 전세 계약 체결을 꺼리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임대인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의 혜택이 줄고 의무 사항만 늘고 있는 만큼 사업자 등록을 자진 말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집을 팔지 못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며 임대차 3법의 폐지도 함께 촉구했다.
1일부터 시행되는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에 대해서도 “전세보증금을 국가가 통제해 시장에 강제로 역전세를 만든다”며 “임대인이 죽어야 임차인이 산다는 공산주의식 발상을 멈추고 상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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